미국-이란 전쟁에 정유·방산 수혜…신평사 "반도체 영향은 제한적"
입력 2026.03.04 14:00

미국-이란 전쟁에 커진 매크로 변동성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전반 충격 우려
석화·항공·철강·자동차·가전 산업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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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본격화했다. 중동 지역 내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높아 매크로 변동성이 커졌다. 다수의 중동 정유·석유화학 설비 인근에서 발생한 공습으로 생산 차질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이란의 군사적 위협에 호르무즈 해협 내 운항이 급감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전반에 대한 충격도 가시화됐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과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은 이와 관련해 국내 주요 산업별 영향을 모니터링했다.

    정유(긍정) - 수급구조 개선으로 정제마진 상승…전쟁 장기화 시 부담

    양사는 단기적으로 국내 정유업계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유가가 상승하면 ▲석유제품 가격 상승 ▲원유 재고 평가이익 ▲긍정적 래깅 효과 등이 발생한다. 동시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 수급 우려로 석유제품 가격이 상승해 정제마진이 확대될 수 있다.

    한기평은 2022년 러-우 전쟁 당시에도 국내 복합정제마진이 상승했다며 "2025년 9월 말 정유 4개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의 재고자산(원재료, 미착품, 저장품) 잔액 기준으로 평가이익을 단순 계산할 경우, 유가 $1/배럴(bbl) 상승 시 재고자산 금액이 약 1400억원 증가한다"고 짚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질 경우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하면 국내 정유업계의 수익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한국은 원유 도입 물량의 60% 이상을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미국, 서아프리카 등 원유 조달선 다변화가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운임 및 보험료 상승 ▲원유 프리미엄 확대 ▲주요 산유국의 공식판매가(OSP) 인상, 대체 원유 확보 비용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원가 상승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 국제유가 급등이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어지면 석유제품 수요 위축과 달러 약세에 따른 부담이 불가피하다. 나신평은 "전쟁 장기화 시 경기 민감도가 높은 항공유와 석유화학 원료용 수요가 크게 감소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전쟁 초기 국면에서 확대됐던 정제마진은 수요 둔화 국면에서 점차 축소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원/달러 환율 상승 시 원유 도입 단가 상승에 따른 운전자본 부담 증가로 현금흐름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부정) - 주요 원재료 납사가격 상승에 수익성 저하

    유가가 상승하면 납사가격도 상승해 석유화학 산업의 원가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나신평에 따르면 석유화학 제품의 주요 원재료인 납사는 국내 수입량의 약 58%가 중동 지역에서 조달되고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한다. 석유화학 업황이 구조적 공급 과잉 국면에 있어 원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즉각적으로 전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기평은 "러-우 전쟁으로 납사가격이 급등하며 국내 NCC 업체의 수익성이 저하됐다"며 "특히 NCC 사업의 비중이 높을수록 실적 저하 폭이 컸던 반면, 정유사업을 함께 영위하는 업체는 다각화 효과를 통해 전사 수익성을 방어했다"고 전했다.

    다만 갈등이 장기화하거나 확전되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나신평은 "중동 내 석유화학 설비의 실질적 생산 차질이 확대될 경우 공급 감소 규모가 유의미해진다"며 "이 경우 현재의 공급 과잉 구조가 완화되며 제품 가격 상승 폭이 확대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방산(긍정) - 글로벌 국방비 지출 증가 전망

    이번 전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져 글로벌 국방비 지출이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 방산업체의 무기체계가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한기평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 정책 기조는 동맹국의 자주 국방 역량 강화를 강조하고 방위비 분담 상향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 방산업에서 무기체계 전반에 대한 구조적 수요 증가를 야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나신평은 "러-우 전쟁 이후 세계적으로 국방비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 가운데,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각국의 자주적 방위역량 확충 소요가 증가했다. 이번 전쟁은 이러한 추세를 가속화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전쟁 장기화 시에는 양국의 소모전 확대에 따라 긴급 국방예산이 편성되거나 부족한 무기에 대한 보충수요가 발생하는 등 방위비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해운(중립·긍정) - 지정학 리스크 확대로 운임 상승…주력 선종별 상이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은 실질적으로 운항이 제한된 상태다. 한기평에 따르면 공습 이후인 3월 1일 호르무즈 해협의 입항 수는 하루 28건으로 작년 평균 하루 141건 대비 80% 감소했다. 

    해운업은 지정학 리스크로 운항 차질이 발생하면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해 운임이 상승한다. 이번 전쟁의 경우에도 운임에 위험수당, 보험료, 우회운항 등의 비용이 반영되고 있다.

    한기평은 선사별 영향은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과 주력 선종에 따라 상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계약선사는 시황 리스크를 통제 가능한 계약조건을 통해 이번 사태 이후에도 기존과 유사한 수준의 영업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 운송계약의 경우 대부분 최소물량이 보장돼 있고 부적운임 조항이 존재해 이번 사태 이후 선적량이 감소하더라도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 장기 대선계약은 원가가 보전되는 수준에서 운항 일수에 비례해 운임을 수취하는 구조라서 항로 우회로 운항일수가 늘어나면 오히려 매출이 증가한다.

    특히 한기평은 초대형유조선(VLCC) 등 탱커선의 운임 상승 가능성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했다. VLCC 일일 운임은 공급 대비 높은 수준의 장거리 운송 수요로 작년 하반기부터 뚜렷한 상승세를 보인다. LNG 및 LNG운반선은 탱커선에 비해 운임 상승폭은 크지 않지만 유사한 동향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컨테이너선은 타 선종에 비해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점진적 정상화 조짐을 보이고 있던 홍해 항로 우회 기조가 이번 사태로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항공운송(긍정) - 고유가 부담에 수익성 저하

    연료유류비는 전체 원가의 약 30% 비중을 차지하는 최대 단일 원가 항목이다. 고유가에 따른 유류비 변동은 항공사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항공사가 유류할증료 제도를 통해 판매가격을 전가(유가 상승분의 약 50%)해 유가 변동 위험을 관리하고 있지만, 고유가 상황이 이어질수록 비용 부담을 완전히 상쇄하기는 어렵다.

    한기평은 원달러 환율 상승도 항공업계의 사업·재무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내다봤다. 유류비, 항공기 리스료 등 원가의 상당부분을 달러로 부담하고 있어 원화 가치 하락이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는 손익구조다. 또 원화 약세 시 재무적으로는 항공기 금융 등 외화부채에 대한 평가손실이 커지며, 영업 측면에서도 해외여행 비용 증가로 전반적인 여행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저비용항공사(LCC)와 달리 초대형항공사(FSC)는 고유가에 따른 부정적 영향에 대응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나신평에 따르면 FSC는 ▲여객 및 화물로 다각화된 사업포트폴리오 ▲프리미엄 선호에 따른 운임 유지 ▲항공화물소요 확대 가능성 등을 통해 수익성 하락을 통제 가능하다. 반면 LCC는 부정적 업황이 이어지고 있어 유가 및 환율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민자발전(중립·긍정) - 과거 대비 물량 확보 차질 리스크는 완화

    LNG 가격 변동으로 발전 원가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요 민자발전사들의 수익성은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나신평은 한국가스공사가 도입원을 꾸준히 다변화하면서 호주·미국 등 중동 외 지역에서 조달 비중이 늘어난 점을 이유로 꼽았다. 전력도매가격(SMP) 결정 시 LNG 발전이 80% 이상 채택되고 있다.

    나신평은 "2022년 러-우 전쟁 발발 직후 LNG 가격 급등이 SMP 상승으로 직결되는 환경에서 직도입 기반 발전사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장기계약 물량을 활용해 높은 SMP 하에서 영업수익성을 개선한 바 있다"며 "이번에도 지정학적 이슈로 인한 글로벌 LNG 가격 급등이 호주·북미 등 중동 외 지역으로부터의 장기계약 비중이 높은 직도입 민자발전사들의 실적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물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원재료 조달안정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기평은 "직도입을 제외할 경우 한국가스공사가 천연가스 수입을 독점하고 있으며 중동산 수입 비중은 20% 수준으로 적지 않다"며 "중동산 물량이 대부분 장기계약에 기초한 저가 수입 물량인 점을 감안할 때 기존과 동일한 조건 하에서의 대체 조달 효과를 구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다.

    조선(긍정) - 운임 상승으로 신조 발주 증가 및 선가 상승

    이외에도 나신평은 조선, 철강, 자동차, 가전, 반도체 산업이 받을 영향을 모니터링했다. 

    조선업의 경우 주요 고객이 해운사인 만큼, 해상 운임 상승에 따른 전방 업황의 개선은 곧 조선사에 신주 발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탱커선의 경우 선대 대비 수주잔고 비중이 18.4%로 신조 발주에 따른 선복량 부담이 타 선종 대비 낮은 수준이다. 또 평균 선령도 2018년 약 10년에서 2026년 약 14년으로 상승해 노후 교체 니즈가 존재한다.

    나신평은 "다만 국내 조선사의 잔고 현황상 빨라도 2029년 이후에야 인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전쟁의 장기화 여부와 운임의 상승 수준에 따라 실제 발주 강도가 좌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이란 전쟁이 국내 메모리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나신평은 "긍정적, 부정적 요소가 공존하는 가운데, 공급부족 기조에서 비용 증가분을 판가에 적절히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소비재보다 AI기업들의 서버 투자가 수요를 주도하고 있어 우호적인 수급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철강, 자동차, 가전 산업은 이번 사태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물류비와 원재료 가격 상승이 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