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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전날의 공포는 간데없이 코스피 지수가 기록적인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전광판은 언제 그랬냐는 듯 뜨거운 빨간색으로 가득 찼다. 지수가 하락할 때는 투매 물량으로, 급등할 때는 추격 매수 물량으로 주문창이 쉴 새 없이 돌아가며 거래대금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지수의 방향과는 상관없이 변동성이 커질수록 증권사 수수료 수익이 늘어나는 역설적인 상황이 실시간으로 연출되고 있다.
5일 코스피 시장은 개장 직후부터 전날의 폭락을 비웃듯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57.38포인트(3.09%) 오른 5250.92에 장을 열었으나 상승 폭을 빠르게 키우며 장중 5700선을 넘기도 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나란히 10% 이상 동반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강한 매수세가 몰리면서 연이틀 매도·매수 사이드카가 잇따라 발동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전날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에 공포를 느낀 투자자들이 물량을 던졌지만, 미국 증시 반등 등에 힘입어 낙폭 과대 주도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며 시장 거래 역시 연이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코스피 시장 거래대금은 30조원, 코스닥은 10조원을 넘어섰다. 전날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일일 거래대금인 62조원을 기록한 만큼 이날 역시 거래대금 추이가 심상치않다. 국내 증시는 최근 강한 상승과 급격한 하락이 반복되는 가운데, 상승과 하락 모두에서 이례적으로 큰 거래를 동반하는 모습이다.
매매가 이뤄질 때마다 ‘통행료’ 격인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를 챙기는 증권사들로서는 이런 변동성 장세가 그야말로 ‘대목’인 셈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보통 증권사는 상승장 수혜주로 분류되지만 변동성이 극에 달한 하락장 역시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며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거래만 늘어나면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 덕분에 하락장에서도 브로커리지 수익이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거래가 급증하는 장세 속에서 주요 증권사들의 올해 실적 전망치도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브로커리지 강자들을 중심으로 실적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지배주주 순이익 컨센서스는 약 2조2000억원으로, 한 달 전 1조6000억원 수준에서 36%가량 상향됐다. 삼성증권 역시 올해 지배주주 순이익 전망치가 약 1조2000억원으로 3개월 전 1조1000억원 수준보다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키움증권의 경우 올해 1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이 4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일부 중대형 증권사의 연간 순이익에 맞먹는 규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 브로커리지 강자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최근 점유율이 상승 중인 NH투자증권 역시 수혜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증권업계 내부에서는 고질적인 ‘천수답 영업’ 구조의 역설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평소에는 시장 상황에 크게 좌우되는 수익 모델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변동성이 극대화되는 시기에는 오히려 거래 증가가 실적 개선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증권사들은 최근 몇 년간 수익 다각화를 위해 투자은행(IB) 부문을 강화해 왔지만,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여전히 브로커리지 부문의 영향력이 크다는 평가다. 지수가 하락하든 상승하든 거래가 늘어나면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적 특성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역사상 최대 하락폭을 보인 4일 외국인은 미래에셋증권을 100만주 이상 순매수하며 2월 이후 최대 매수세를 보였다"며 "증시 활황기에 모인 브로커리지 고객을 어떻게 자산관리(WM) 비즈니스로 연계시킬 수 있을 지가 이후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