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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면서 채권 발행시장 전반에 관망 기류가 짙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리 방향성이 불확실한 가운데 유가와 달러 변동성까지 확대되자 발행을 준비하던 발행사들은 일정을 재점검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중동발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경우 크레딧 스프레드 변동성이 확대되고 조달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외 채권 발행시장에서 발행사와 주관사 모두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일정 조율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한국계 외화채권(KP·Korean Paper) 발행을 검토하던 기관들을 중심으로 발행 타이밍을 재조정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대표적으로 한국수출입은행은 최근 추진을 검토하던 정부 보증 달러채 발행 일정을 미루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며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점을 고려해 시장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판단이다.
국내 회사채 시장 역시 관망 기류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일부 기업들은 이달 중 발행을 검토하면서도 구체적인 수요예측 일정이나 발행 시점을 확정하지 못한 채 시장 상황을 살피고 있다. 앞서 국내 회사채 발행시장은 A등급 위주로 강세 흐름을 보이는 등 안정을 되찾는 분위기였으나,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불안감이 높아졌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자 투자자들도 (금리) 방향성을 확인하려는 분위기"라며 "발행사 입장에서도 서둘러 시장에 들어가기보다는 타이밍을 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동 지역 긴장이 확대되자 크레딧 스프레드도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될 경우 투자자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면서 회사채와 같은 크레딧물의 스프레드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됐던 시기에도 글로벌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면서 기업들의 조달 여건이 일시적으로 경색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이날 오후 기준 3년물 AA-등급 기준 크레딧 스프레드(회사채와 국고채간 금리차)는 59.3bp(1bp=0.01%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최근 축소 흐름을 보이던 크레딧 스프레드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하면서 확대 흐름을 보였다. 통상 크레딧 스프레드의 확대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이 위축됐음을 의미한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다시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며 "전쟁 장기화 시 유가 급등과 공급망 차질로 인한 산업 영향에 대한 경계감으로 크레딧 스프레드는 약보합세를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당장 발행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당국도 긴급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과도한 시장 변동성이 발생하는 경우 현재 운영 중인 '100조원+알파(α)'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할 것을 지시했다.
박문현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변동성이 확대됐던 시점에서 금융당국이 사용했던 카드들이 재등장하면서 시장이 빠르게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가 나타나더라도 기간이 길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