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보수도 ‘표 대결’ 시대…기업들 보수규정 제정 러시
입력 2026.03.09 07:00

임원 보수 의결에 주주인 이사는 배제되자
소수주주 영향력 커져…기업들 대응 분주
매년 주총 승인 대신 규정 제정으로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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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임원 보수'가 정기주주총회 시즌 기업들의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대법원이 주주인 이사는 이사 보수 관련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다. 그간 관행처럼 처리돼 온 이사 보수 승인 안건마저 주총에서 표 대결 가능성이 열리자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나선 모습이다.

    현행 상법은 이사의 보수를 정관에 정하지 않은 경우 주주총회 결의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기업들은 정관에 구체적 보수액을 명시하지 않고, 매년 정기주총에서 이사 전원의 보수 총액 한도를 승인받아왔다. 이후 이사별 보수는 이사회가 정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이 같은 방식은 오랜 기간 큰 분쟁 없이 유지돼 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대법원이 회사의 주주인 이사는 자신의 보수 결정에 관한 주주총회 결의에 참여할 수 없단 취지의 판결을 내리며 상황이 달라졌다. 이사 보수 승인 안건은 해당 이사 개인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만큼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에 해당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특성이다. 오너 일가와 대표이사, 주요 등기이사 상당수가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만약 이사 전원이 주주라면 이들은 모두 특별이해관계자로 분류돼 해당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 이 경우 보수 한도 승인 여부가 소수주주들의 표심에 따라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그간 형식적으로 통과되던 안건이 실질적인 표 대결 사안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단 평가가 나온다. 소수주주가 보수 수준이 과도하다고 판단할 경우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다. 실적 부진이나 오너 일가의 고액 보수가 논란이 되는 국면에서는 잡음이 확대될 수 있다.

    기업들은 자문사를 통해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대안으로 임원 보수 규정을 제정하는 안이 거론된다. 주주총회 일반결의로 임원 보수 규정을 제정하고, 그 안에 보수 한도를 명시하는 구조다. 이후에는 해당 규정 범위 내에서 이사회가 보수를 결정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매년 보수 한도를 별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도 조정이 필요한 경우에만 주총에서 승인을 받는 구조다. 기존에 퇴직금지급규정을 두고 운용해 온 것과 유사하게, 일반 보수 역시 규정화해 주총 승인 빈도를 낮추겠다는 취지다. 이사별로 분리해 각각 보수를 승인받는 방안도 거론된다.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카카오페이 ▲에코프로 ▲에코프로머티 ▲나우로보틱스 ▲한라캐스트 등은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보수규정 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대형 로펌 변호사는 "요즘 가장 핫한 이슈가 이사 보수 한도"라며 "보수 수준이 과도하게 부각되지 않으면서도 법적 리스크가 적은 구조를 찾는 게 기업들의 과제"라고 말했다.

    별도 제정에 나서지 않는 기업들은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를 상대로 한 설득 작업이 중요해졌단 평가다. 각 기관이 채택한 스튜어드십 코드와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도록 보수 한도의 적정성과 보상 체계의 합리성을 설명해야 한단 것이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의결권 행사 기준에서 보수 한도 수준이 실제 보수액 대비 과다하거나, 보수액이 경영성과 등에 비해 과도한 경우 반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개별 등기임원 보상 내역과 보상 체계 등 객관적 자료가 충분히 제공되는 경우 사안별로 검토한다는 단서를 두고 있다. 앞으로는 보수 체계에 대한 설명 책임이 한층 무거워질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