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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상법 개정으로 기업 지배구조를 직접 겨냥한 입법이 속도를 낸 데 이어, 이번에는 기관투자자의 책임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감독 권한의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자율 규범에 머물렀던 스튜어드십을 법적 의무와 연례 평가 체계로 전환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은 '강화' 자체보다 '어디까지 감독할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금융회사가 고객·수익자 등 타인의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신설 조항에 명문화했다. 동시에 금융회사가 수탁자 책임 이행과 관련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금융감독원에 보고하도록 하고, 금감원이 이를 매년 평가해 공표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회사는 해당 평가 결과를 공시해야 한다.
입법 취지에는 기관투자자의 소극적 주주권 행사 관행을 개선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하겠다는 정책 목표가 담겼다. 제안 이유에서는 일본이 스튜어드십 코드와 밸류업 정책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한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 역시 기관의 책임 있는 주주권 행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적시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되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까지 추진되는 상황에서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강화해야 정책 효과가 완성된다는 논리다.
다만 법안의 구조를 두고는 세부 설계에 따라 제도의 성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률은 '보고'와 '연례 평가'라는 틀만 규정하고, 구체적인 보고 항목과 평가 기준은 대통령령에 위임했다. 이 경우 시행령 단계에서 어떤 지표와 정성·정량 기준이 도입되느냐에 따라 감독 범위와 강도가 결정된다.
예컨대 의결권 행사 내역의 공개 범위, 반대·기권 사유의 구체성, 이해상충 관리 체계의 세부 요건 등이 어떻게 규정되느냐에 따라 기관의 부담 수준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금감원에 '매년 평가·공표' 권한을 부여한 점도 논쟁의 축이다. 평가 결과가 공개될 경우 사실상 금융회사에 대한 공개 평가 제도로 작동할 수 있고, 기관 간 비교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에서는 '평가의 객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자의적 해석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정성 평가 비중이 높아질 경우 정책 기조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관치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반면 여권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자율 규범에 머무를 경우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상법 개정,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논의, 공시 제도 개선 등과 함께 기관의 책임을 명확히 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정책 목표에 근접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최근 자본시장 개편 흐름은 기업의 경영 판단뿐 아니라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기준과 책임 범위까지 확장되는 양상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향후 분쟁의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수탁자 책임이 법률상 의무로 명문화될 경우, 특정 의결권 행사 결정이 손실로 이어졌을 때 책임 범위를 둘러싼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구체적인 책임 범위는 시행령과 판례 축적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지만, '자율'에서 '법적 의무'로의 전환이라는 상징성은 적지 않다.
결국 관건은 입법 과정에서 얼마나 명확한 기준과 절차적 통제 장치를 마련하느냐다.
평가 기준의 투명성, 이의 제기 및 보완 절차, 정량·정성 지표의 균형 등이 구체화되지 않으면 관치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 확보된다면 기관투자자의 책임투자 체계를 정교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존재한다.
상법 개정으로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를 바꿨다면, 스튜어드십 강화는 기관의 책임 범위를 제도적으로 규정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자본시장 개편의 또 다른 축이다. 제도의 성패는 법률 그 자체보다 시행령 설계와 감독 운용 방식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향후 논의 과정이 자본시장 전반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