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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책임준공 신탁 사업장에서 잇따라 패소한 신한자산신탁이 최근 석 달간 3000억원 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며 유동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송 리스크를 조기 차단하기 위해 합의를 선택했지만, 그 대가로 차입 부담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신한자산신탁은 최근 책임준공 확약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 약 9건을 3000억원 규모로 대주단과 합의 후 종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소송이 장기화할 경우 연 10%를 웃도는 지연 이자가 누적될 수 있을 뿐더러 판결 결과에 따라 추가 충당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을 장기간 안고 가기보다는 일시에 비용을 인식하고 리스크를 정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법원은 새마을금고 PF 대주단이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대출원금 256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신한자산신탁은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 물류센터에 대해 책임준공형 신탁을 대주단에 약속했다. 건설사가 약속한 기한 내에 공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신탁사가 금융비용 등 모든 책임을 떠안는 일종의 보증 상품을 말한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책임준공형 신탁 방식으로 진행된 PF 사업장에서 신탁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다.
이후 경기 안성 물류센터(60억원), 인천 원창동 물류센터(575억원) 사업장에서도 연달아 패소 판결이 이어졌다. 책임준공 확약의 법적 무게가 시장 예상보다 무겁게 확인된 셈이다. 신한자산신탁은 대주단에 선제적으로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뒤 담보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순차적으로 비용 회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한자산신탁은 합의금 지급을 위한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1~2년짜리로 비교적 만기가 짧은 사모채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병행해 유동성 버퍼를 쌓는 모습이다. 신한자산신탁은 그간 은행권 차입 또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 왔다.
지난해 12월에만 660억원 규모 사모채를 발행한 데 이어 올해 ▲1월 23일 430억원 ▲2월 12일 400억원 ▲2월 27일 460억원의 사모채를 추가 발행했다. 올해 1월에는 신종자본증권 1000억원을 조달하기도 했는데,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가 이를 전액 인수하는 구조다. 또 270억원 규모 대출채권 유동화증권(ABSTB)도 발행했다. 석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총 3220억원을 조달한 셈이다.
늘어나는 신탁계정대도 부담 요인 중 하나다. 신탁계정대는 신탁사가 사업비 조달을 위해 고유계정에서 신탁계정으로 대여한 금액을 뜻한다. 투입 시점과 금액이 확정되지 않아 우발채무로 분류가 되지 않아 측정 불가능한 리스크로 불린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신한자산신탁의 신탁계정대는 1조86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말 575억원 ▲2023년 말 2095억원 ▲2024년 말 6951억원 등의 순으로 지난 3년 사이 17배 이상 급증했다.
신탁계정대는 향후 분양대금 등으로 회수하는 구조다. 회수가 지연되거나 불발될 경우 신탁사 손실로 직결된다. 소송 리스크 해소를 위해 단기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사업장 회수 속도와 자산 건전성 관리가 병행되지 않으면 부담이 구조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기업평가와 NICE(나이스)신용평가는 신한자산신탁의 신용등급은 'A-', 등급전망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신평사들도 신탁계정대 회수 지연과 차입금의존도 상승으로 재무안전성이 저하되는 경우 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재성 NICE신평 연구원은 "책임준공 사업장 소송 관련 PF원리금 가지급을 계획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차입부담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