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했던 로펌 배당 시즌, 내년에도 파이 크기 유지될까
입력 2026.03.10 07:00

대형 로펌들 외형 성장 속 파트너 배당 온기
자문 수요와 정산 시점 따라 실적 변동성 커
AI로 업무 효율 올랐지만 수수료는 인하 압박
비용 증가 속에 배당 및 투자 규모 두고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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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연초 주요 대형 법무법인의 파트너들은 따뜻한 배당 시즌을 보냈다. 자본시장 침체와 법률자문 업계의 저성장 우려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법무법인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며 외형 성장을 이뤄낸 덕분이다.

    내년에도 후한 배당 정책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인건비 증가, 고객들의 눈높이, 인공지능(AI)의 침투 등 저성장을 가리키는 요소들이 적지 않다. 당장 파트너들의 배당에 힘쓸지, 수년 후를 대비한 투자에 나설지 경영진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주요 법무법인들은 1월 말 이후 파트너 배당을 단행했거나 앞두고 있다. 배당은 한해 매출에서 인건비와 임대료 등 비용을 제하고 남은 재원을 나누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각 법인의 정책, 개인의 매출 기여도와 경영진의 정성평가에 따라 개인 편차는 있다.

    그러나 매출이 성장했기 때문에 주요 법인 파트너들은 대체로 전년보다 늘었거나 비슷한 배당을 받은 분위기다. 김앤장법률사무소의 독주 속에 태평양, 세종, 광장, 율촌 등 빅5가 모두 4000억원대 벽을 넘어섰다. 대부분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일부 법무법인은 상여 재원이 수백억원가량 늘어 더 따뜻한 시기를 보냈다는 후문이다. 론스타와의 중재(태평양), 통신사 개인정보 유출(세종), DIG에어가스 인수(광장) 등 주목도 높은 일을 맡은 파트너들의 배당 규모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한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는 "모두가 배당에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작년 실적이 좋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러워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법무법인들이 파트너 배당을 늘린 것은 반길 만한데 이런 흐름을 계속 이어갈 기반이 갖춰진 것이라 보긴 어렵다. 실적은 경영 전략보다 고객들의 자문 수요나 정산 시점에 따라 들쑥날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산이 늦어지면 그 다음 해에 반사 효과를 보기도 한다. 일부 법무법인은 작년에 배당을 많이 하지 못했다가 올해 다시 늘렸다. 인력 관리 속에 배당을 받아갈 파트너들의 수가 줄어 개개인이 가져갈 파이가 더 커진 곳도 있다.

    구성원들의 불만은 상존한다. 경영진이 어느 분야를 더 중시하느냐에 따라 배당 득실이 달라질 수 있다거나, '랜덤박스'처럼 결과를 점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배당 시즌 직후엔 이직을 꿈꾸는 변호사들이 늘어난다. 이런 틈을 비집고 경쟁사 인력을 빼오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법무법인들이 배당의 기본 전제인 매출을 계속 키워나갈 수 있느냐, 그리고 비용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느냐다.

    법률자문 시장은 매년 위기를 논하면서도 꾸준히 성장해 왔다. 그러나 상위 5개사의 매출이 3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이전 같은 성장 기울기를 유지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대기업의 사고나 총수의 형사 사건을 천수답처럼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AI의 침투도 이제는 가벼이 보기 어려운 문제다. 아직 AI가 판례와 법률 용어의 뉘앙스까지 이해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사건 검색이나 소장 초고 작성 등 분야에는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 열 명이 하던 일을 한두 명이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고객인 기업의 법무실도 잘 파악하고 있다. 들어가는 인력과 시간이 줄어든 만큼 법률 자문 비용을 낮추려고 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대형 법무법인만 할 수 있는 업무 분야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다른 법무법인 파트너는 "AI가 고도화하면서 적은 인력으로 보다 수월하게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고객들의 기준도 높아진 만큼 어떻게 이전 수준의 자문료를 받을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요 법무법인들은 적극적인 영입을 통해 실적을 끌어올려 왔다. 중형사들도 생존을 위해 대형화와 합종연횡을 꾀하고 있다. 대형 고객의 이목을 끌기 위해선 앞으로도 인력을 일정 규모로 유지해야 한다. 신입 변호사에 일을 맡길 필요성은 줄었는데 그렇다고 채용을 놓을 수는 없다. 모두 비용 증가 요소다.

    경쟁사 변호사와 전문가를 영입하는 부담은 늘고 있다. 새로 모시려면 기존보다 훨씬 좋은 조건과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 정작 영입 후에는 이전 법무법인에서 실적의 절반만 해도 성공이라고 본다. 매출이 늘겠지만 2~3년간은 기존 구성원들의 배당에 부정적 영향이 갈 가능성이 크다.

    과거 미국 로펌 듀이앤르뵈프(Dewey & LeBoeuf)는 경쟁사에서 스타 변호사를 빼오기 위해 막대한 보수를 보장했다. 기존 파트너들이 보수 증액을 요구하며 내홍을 겪었다. 결국 인력 이탈로 수익 구조가 붕괴했고, 해체 수순을 밟았다. 국내서 이런 극단적인 사례가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내부의 불만은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고 지금 인력 영입 경쟁을 멈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영입을 멈추면 매출과 시장 내 존재감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경영진 입장에선 배당을 줄여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할지, 아니면 파트너 배당을 늘려 '현재를 즐길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임기 만료를 앞둔 경영진은 파트너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배당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무실 임차 계약이 끝나가는 법무법인 경영진의 고민은 더 깊다. 임차료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파트너 배당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다른 법무법인 파트너는 "실적이 좋은 곳이든 기존에 유보자금이 많은 곳이든 배당 시즌 분위기는 대체로 나쁘지 않다"며 "현재의 파트너들끼리 배당을 후하게 나눠가지는 것은 좋지만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장기적 성장동력을 찾는 데 애를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