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칠성부지부터 잠원동 사옥까지…롯데 부동산 재편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26.03.10 07:00

서초 칠성부지 사업 구조 논의 장기화
건설 잠원동 사옥 매각은 사실상 보류
롯백 센텀시티점은 인허가 리스크에 제동
‘50조 유휴부동산’ 현금화 성과는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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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롯데그룹이 보유 부동산의 매각·개발 등 활용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지만, 주요 프로젝트마다 구조적 변수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자산은 유동성 대응 차원에서 매각이 거론됐으나 관련 이슈가 한층 잦아들면서, 그룹 차원에서도 본격적인 득실 판단에 들어간 모습이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서초동 롯데칠성음료 부지 개발을 위해 롯데지주·롯데칠성·롯데물산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이다. 대지면적 약 43,438㎡에 달하는 해당 부지는 주거·업무·호텔이 결합된 강남권 핵심 복합타운으로 조성될 계획이며 조단위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프로젝트 리츠를 활용한 복합 개발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으나, 사업 주체와 투자 구조를 둘러싼 논의가 길어지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쟁점은 사업 주체와 자금 부담 구조다. 롯데칠성 주주들은 대규모 사업비 투입에 따른 재무 부담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부동산 개발 전문성을 갖춘 롯데물산이 사업을 주도할지, 토지 소유주인 롯데칠성이 어느 정도의 지분을 유지할지가 핵심이다.

    롯데칠성은 주주들의 입장을 고려하여 개발 전문성을 갖춘 롯데물산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되 토지를 전부 매각할지 아니면 리츠 주주로 남아 사업에 관여할지 등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롯데칠성 입장에선 당장 대규모 현금을 확보해 해외 사업에 재투자할지 또는 리츠 지분을 통해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확보할지 등 수익 활용 방향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롯데건설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 사옥 매각은 사실상 보류된 상태다. 자문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를 통해 매각가 컨설팅을 진행했으나 롯데건설 측은 구체적인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건설 매각 여부에 대해선 홀드된 상황이다”이라고 전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자문사가 제시한 예상 매각가가 롯데건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롯데그룹은 2024년 그룹 위기설 대응 과정에서 자산 재평가를 통해 장부가액을 높였는데, 이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할 경우 배임 논란이 발생할 수 있어 의사결정의 폭이 좁아졌다는 분석이다. 당장 급박한 유동성 위기설이 잦아든 상황에서 상징성 있는 사옥을 무리하게 매각할 실익이 낮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앞선 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자문을 통해 받아본 예상 매각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상징성이 큰 사옥을 처분할 만큼의 득실이 있는지 내부적으로 재검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은 매각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물밑에서는 잠재 원매자 접촉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최대 변수는 용도 변경 등 인허가 문제다. 2024년 11월 진행된 본입찰 당시에도 지역 시행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참여했으나, 예비 실사 과정에서 개발 방향에 따라 용도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거래는 최종 성사되지 못했다. 인허가 소요 기간과 불확실성이 가격 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특히 해당 부지는 산업단지로 조성돼 산지관리법 적용을 받아왔고, 이후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상업시설 인허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관리 주무부처가 두 곳으로 나뉘어 있어 행정 절차가 복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자문업계 관계자는 “산업단지로 출발한 부지라 산지관리법을 따로 적용받고, 상업시설 인허가도 받아 관리 주체가 두 곳이나 된다”며 “개발 방향에 따라 추가 협의가 필요해 용도 변경 난이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롯데그룹은 약 50조원 규모의 유휴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개발이나 유동화로 이어지는 사례는 제한적이다. 특히 잠원동 사옥의 경우 매각 추진이 소극적으로 전개되면서, 일각에서 제기됐던 ‘실제 매각’보다는 유동성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액션’에 가깝다는 해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한 부동산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자산 재평가와 비핵심 자산 매각 검토는 시장에 유동성 대응 여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며 “다만 현재까지는 실제 현금화 성과가 가시화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롯데지주 측 관계자는 “해당 건들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