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간판 늘자 IPO 검증 강화… 투자·심사 선별 기조
입력 2026.03.10 07:00

퓨리오사AI, 업스테이지·리벨리온 상장 이후 도전 전망
마키나락스·디토닉·코드잇 등 AI 스타트업 상장 도전 확대
AI 육성 정책 속 IPO 기대감 커지지만
"상장 문턱 낮아지는 건 아냐"…선별 투자 기조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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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면서 AI 기업의 기업공개(IPO)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상장 기대감과 달리 심사와 투자 기준이 오히려 엄격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고려해야 하는 투자자들은 기업을 더 신중하게 가려내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AI를 핵심 성장 산업으로 제시하고 관련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 확충과 AI 반도체 산업 기반 조성이 대표적이다.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첨단 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러한 정책 기조 속에서 AI 스타트업의 상장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기대주로 꼽히는 AI 반도체 팹리스 기업 퓨리오사AI는 상장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퓨리오사AI는 당장 상장을 추진하기보다 매출 기반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퓨리오사AI가 업스테이지와 리벨리온 등 다른 AI 기업의 상장 이후 시장 반응을 확인한 뒤 IPO 시점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 IPO 절차를 밟고 있는 AI 기업들의 상장 결과가 향후 시장의 투자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기업 업스테이지는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IPO 준비를 진행 중이다. 업스테이지는 상장 과정에서 2조~4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상반기 내 예비심사를 청구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카카오로부터 포털 서비스 다음(Daum)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일정은 유동적인 상황이다.

    AI 반도체 팹리스 기업 리벨리온 역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빠르면 오는 6월 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기업가치는 약 2조원 수준이 거론된다. 대표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이 밖에도 산업 특화 AI 기업 마키나락스와 AI 데이터 플랫폼 기업 디토닉, AI 기반 에듀테크 기업 코드잇 등이 최근 예비심사를 청구하며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마키나락스는 지난 27일 예비심사를 승인받았다. AI 스타트업의 상장 도전이 점차 늘어나는 흐름이다.

    다만 도전이 늘어난 만큼 상장 문턱이 낮아진 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거래소는 최근 인공지능(AI)·신재생에너지·우주 산업을 대상으로 기술특례상장 질적 심사 기준을 새로 마련했다. 이는 상장 문턱을 낮추기 위한 조치라기보다 기술성과 사업 모델을 더욱 정밀하게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산업 특화 AI 기업으로 꼽히는 마키나락스도 심사 과정에서 한 차례 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한 뒤 다시 도전해, 지난달 27일 심사 승인을 받았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투자 시장에서도 신중론이 커지고 있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서는 인수합병(M&A) 사례가 많지 않아 IPO가 유일한 엑시트 창구로 꼽힌다. IPO가 막히면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어 투자자들도 기업 선별에 더욱 신중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VC 관계자는 "거래소가 AI 기업 상장을 유치한다고 해서 상장 심사 문턱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파두 사태 이후 금융당국과 거래소 모두 심사를 더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어, 상장 도전하는 AI 기업이 늘어나는 만큼 상장에 성공하지 못하는 기업도 많아질 것"고 말했다.

    글로벌 테크 업계에서 주기적으로 제기되는 AI 거품론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내 AI 스타트업 상당수가 아직 매출 규모가 크지 않거나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실적 기반의 기업가치 산정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AI 기업들의 상장 도전은 늘고 있지만 결국 기술 검증과 실적이 관건"이라며 "최근 일부 기업들이 지나치게 높은 밸류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투자자들도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