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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리스크가 국제 유가와 환율을 동시에 자극하면서 국내 증시가 급변동성 국면에 들어섰다. 장중 100달러를 돌파한 유가와 1500원을 다시 목전에 둔 원·달러 환율 상승이 외국인 수급을 흔들었다. 다만 외국인은 코스피 등 대표 지수는 대거 던지면서도 일부 종목은 선별적으로 담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5거래일 사이 국내 증시는 미증유의 변동성에 휘말렸다. 코스피는 이 기간 4번의 사이드카(선물 호가 중지), 코스닥은 3번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증시가 전 거래일보다 1분간 8% 이상 급락하면 발동하는 '서킷브레이커' 역시 이 기간 코스피에서 두 번이나 발동했다. 코스닥은 최근 2거래일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이 기간에도 외국인이 순매수한 종목은 있었다. 최근 5거래일 사이 코스피 외국인 순매수 상위에는 셀트리온, HD현대중공업, 현대로템, 두산 등이 이름을 올렸다. 제약·바이오와 조선·중공업 등 실적 가시성이 비교적 높은 업종 중심이다.
특히 조선·중공업주는 전쟁 국면의 직·간접 수혜주로 재부각되고 있다. 중동 공급망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LNG 운송 수요와 에너지 운반선 발주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카타르산 LNG 공급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호주산 물량 이동과 함께 LNG 운반선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며 "국내 조선업계가 반사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코스닥에서는 바이오 테마를 중심으로 성장주 매수세가 나타났다. 알테오젠, 에코프로비엠, 에이비엘바이오, 고영 등이 순매수 상위에 포함됐다. 정책 기대와 글로벌 기술이전 모멘텀이 부각된 종목들이다.
반면 순매도는 지수 기여도가 높은 대형주에 집중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NAVER,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최근 5거래일 순매도 상위에 올랐다. 지난달 랠리를 주도했던 반도체·대형 IT주가 차익 실현의 1차 대상이 됐다.
실제 주가 흐름에서도 영향이 확인된다. 9일 기준 삼성전자는 최근 21만원 고점 경신 이후 조정을 거쳐 16만원선에서 거래되며 하루 만에 10% 이상 하락했다. SK하이닉스 역시 12% 안팎 급락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동반 조정을 받으면서 지수 낙폭이 확대되는 구조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둘러싼 외국인 수급은 대조적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에서만 10조7000억원을 순매도했다. 변동성이 본격화한 3월 첫째 주에만 8조원이 빠져나갔다. 지난 2월 25조5000억원, 1월 3조5000억원까지 합치면 올해 들어 누적 39조6000억원 순매도다. 월간 기준 마지막 순매수는 지난해 12월(3조6000억원 순매수)이었다.
반면 코스닥은 3월 들어 1조8000억원을 순매수했고, 첫째 주에만 2조2000억원을 사들였다. 지난달 5401억원 순매수에 이어 매수 강도가 강화됐다. 올해 누적으로는 2조1000억원 순매수다. 2025년 한 해 3조1000억원 순매도했던 흐름과는 대비된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는 시장 구조에도 직접적인 충격을 줬다. 3일부터 9일까지 5거래일 연속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매수·매도 사이드카가 번갈아 발동됐다. 같은 기간 서킷브레이커도 지난 4일에 이어 9일 재차 발동하며 총 두 차례 발생했다.
사이드카는 선물 가격 급변 시 프로그램 매매를 5분간 정지하는 제도이고, 서킷브레이커는 지수가 8% 이상 급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시장 전체 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장치다. 변동성이 극대화된 국면에서 외국인 매도 압력이 지수 전반에 증폭 효과를 낳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를 전면적 자금 이탈로 단정하긴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 펀더멘털 훼손이라기보다 예상치 못한 전쟁이라는 거시 리스크 확대 국면에서 지수 민감도가 높은 대형 수출주 비중을 줄이고, 정책·성장 모멘텀이 있는 종목으로 일부 자금을 재배치하는 과정이라는 해석이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 연구원은 "유가가 100달러를 넘고 환율이 1500원에 근접하는 환경에서는 외국인이 지수 대표주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다만 조선·바이오 등 일부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점을 감안하면 전면적 이탈이라기보다 리스크 관리 차원의 리밸런싱에 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