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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AI 생성 이미지(편집)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위로 중동 전쟁이라는 변수가 드리우고 있다. 올해 양사 합산 영업이익은 300조원을 가뿐히 넘길 것으로 전망되지만 글로벌 에너지 쇼크가 공급망 문제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쟁이 길어지면 경기와 무관할 것 같던 전방 인공지능(AI) 투자와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 역시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가는 지난달 말일 각각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뒤 이달 들어 거센 조정을 받고 있다. 9일 기준 양사 주가는 각각 최고점 대비 25% 이상 하락한 상태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최고점 대비 19% 이상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변동폭이 다소 큰 상황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나 양사 실적만 놓고 보면 지금 주가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달 들어서도 메모리 가격 인상은 변함없이 진행 중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예상 실적 눈높이도 여전히 상승세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번 분기에만 각각 45조원 이상, 40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분기 실적이 작년 한 해 실적을 뛰어넘을 정도로 현재 업황이 예사롭지 않은 셈이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회사 내부적으로도 이익이 늘어나는 속도나 규모를 믿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전해진다"라며 "공격적으로 보는 곳은 올해 양사 합산 영업익이 4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AI 인프라 수요도 여전히 강세다. JP모건 조사 통계에 따르면 2월 기준 엔비디아 H100의 시간당 대여 가격은 2.43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8.6%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H100은 AI 훈련에 투입되는 가장 대표적인 가속기(GPU)다. 전방 AI 작업수요가 대여 가격을 꾸준히 밀어올리는 구조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공급 제약이 더 극심한 메모리 가격 인상 역시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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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전망을 두고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늘고 있다. 중동 사태로 시작된 에너지 쇼크의 파급 경로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증권사 한 리서치센터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보다도 에너지 가격 변동폭이 큰데, 해상 운송체계가 마비되면 공급망 충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라며 "지금 AI나 반도체 산업은 전부 전력 인프라 위에 지어지는 구조라서 장기화 전망에 힘이 실리면 반도체 역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가격이 치솟는다고 해서 AI 인프라 투자까지 멈춰 설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불과 1~2개월 주기로도 개별 AI 모델 성능에 대한 평가가 엎치락뒤치락 할 정도로 플랫폼 간 경쟁도 치열하고, 각국 정부 차원 안보·패권 전략에서의 중요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어 투자를 멈출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이 많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여파가 에너지 가격 변동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현재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의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맞은편 카타르까지 공급하면서 해상 에너지 물류와 공급 차질까지 동시에 빚어내고 있다. 수요에 변함이 없는데 물동량만 줄고 가격이 치솟으면 산업생산이 위축될 수 있다. 이 경우 AI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설비투자(CAPEX) 사이클에도 간접적인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 화학담당 한 연구원은 "중간재인 원유나 LNG 가격이 치솟아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수급 자체가 해결이 안 되면 가동중단으로 가야 한다"라며 "길게 보면 반도체 팹(Fab) 증설에 필요한 전력이나 특수가스, 희귀광물 등도 걱정인데, 한번 공급망 차질이 빚어지면 대체 수단을 확보하는 시간이나 비용 문제가 만만치 않다"라고 말했다.
당분간 중동 정세가 에너지 가격과 해상 물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인하는 과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반도체 업황이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자체는 견조하지만 전쟁 장기화 여부에 따라 글로벌 투자심리나 공급망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양사 주가도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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