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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3월 말 주요 증권사들의 성과급 지급 시즌이 다가오면서 여의도 증권가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증시 활황으로 주요 증권사의 2025년 연간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성과급 규모도 확대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대형 증권사에서는 관리직 기준 성과급이 기본급의 2000% 수준까지 거론되고 있다.
영업이익 2조 돌파한 한국투자증권, 2000% 초반대 전망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주 내 본사 관리직 기준 전사 경영성과급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 1850% 안팎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보다 다소 오른 2000% 초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최근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관측은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의 실적 개선에 기반한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3조568억원, 영업이익은 2조342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2.5% 증가하며 업계 최초로 이른바 ‘2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실적 성장의 배경으로 공격적인 운용 전략을 꼽는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상반기 금리 하락 국면에서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한 레버리지를 적극적으로 일으켰다. 이를 바탕으로 S&T(세일즈앤트레이딩) 부문에서 상당한 운용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순영업수익이 사상 처음으로 3조 원을 돌파한 기념비적인 해인 만큼, 한때 예년과 비슷한 2000% 선은 다소 아쉽다는 반응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800% 수준…성과급 시스템 개편에 노사 긴장감은 커져
지난해 실적이 크게 개선된 미래에셋증권 역시 상당한 규모의 성과급 지급이 예상된다. 현재 본사 관리직군 기본급 기준 800% 수준이 거론된다.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9150억원, 1조5935억원으로 전년 대비 61.2%, 72.2%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매출 비중이 높은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지난해 증시 활황으로 일평균 거래대금이 연초 대비 연말 두 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관련 수익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2025년 별도 기준 순영업수익 가운데 브로커리지 비중은 약 36%를 차지한다.
주가 상승에 따른 기대감도 반영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지난해 약 두 배 상승하면서 주가와 연동해 지급되는 이연성과급 대상자들의 기대도 커진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사측이 올해부터 이연성과급의 주가 연동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손질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내부 분위기는 급랭했다. 특히 노조 위원장 및 임원 교체기로 인해 의사결정 공백이 생긴 시점에 기습적으로 공지를 올린 것 아니냐는 의심 섞인 시각이 제기되며 노사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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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 ‘월급 기준’ 800% 지급…KB증권은 600~700% 추정
이미 성과급 지급을 마친 키움증권도 높은 수준의 보상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은 본사 관리직군 기준 월급의 800% 수준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부분 증권사가 ‘기본급’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산정하는 것과 달리 키움증권은 ‘월급’ 전체를 기준으로 삼는 구조여서 실제 수령액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키움증권은 연 2회 성과급을 지급한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4882억원, 순이익 1조11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35.5%, 33.6% 증가한 수치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사업 구조 덕분에 브로커리지 수익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매출 대비 브로커리지 비중은 2025년 기준 50.17%로 전년도 46.9%보다 확대됐다.
KB증권의 본사 관리직군 기본급 기준 성과급은 600~700% 수준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9116억원, 순이익은 6823억원으로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부담으로 영업이익 1조원 돌파에는 미치지 못했다.
성과급 수준을 두고 내부에서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KB증권은 KB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로 중간배당과 연말배당이 모두 지주로 귀속된다. 이와 관련해 내부에서는 성과 보상 수준에 비해 지주 배당이 많다는 지적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실적 회복에 2년 만의 성과급 기대감 고조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몇 년간 성과급 지급이 제한됐던 만큼 올해 성과급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2023년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적립, 2024년에는 ETF(상장지수펀드) 유동성공급(LP) 부서에서 발생한 약 1300억원 규모 손실 사고 영향으로 직원들이 성과급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2025년에는 영업이익 4885억원(전년 대비 73.3% 증가), 당기순이익 3816억원(113% 증가)을 기록하며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이에 따라 본사 관리직군 기준 약 200% 수준의 성과급 지급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 자체는 타사보다 크지 않지만 최근 실적 회복 흐름을 고려하면 내부 기대도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증권가 전체가 이처럼 들썩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이다. 이러한 ‘거래대금 효과’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유례없는 폭락장을 기록했던 지난 5일에도 투매 물량과 저가 매수세가 맞물리며 코스피 일일 거래대금이 62조 원을 넘어서는 등 거래 규모가 크게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변동성 장세에서도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수익 구조는 견고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거래량은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 증권사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