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도 코인투자 가능해진다…디지털자산 수탁사 반사이익
입력 2026.03.11 07:00

코인 곁눈질
개인 중심 구조 변화…보관·내부통제 인프라 중요성 커져
은행·증권·운용사 수탁사와 협업…초기 시장 선점 경쟁
"기관 투자 확대될수록 전문 수탁 인프라 필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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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법인의 디지털자산 투자 허용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가상자산 수탁(커스터디) 시장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간 개인 중심으로 형성돼 온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 구조가 기관 참여 확대로 바뀌는 만큼 자산 보관과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전문 수탁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 상장법인의 디지털자산 거래를 허용하는 가이드라인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로드맵'을 통해 상장사와 전문투자자 등록 법인의 시장 참여를 단계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현행법상 법인의 가상자산 관련 실명계좌 발급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다만 금융당국이 자금세탁이나 시장 과열 가능성을 이유로 은행권에 법인 계좌 발급을 자제하도록 권고해 왔다. 이로 인해 국내 법인은 거래소 실명계좌 개설이 사실상 어려워 장외시장(OTC)에서 개별 상대방과 직접 거래하는 등 제한적으로 가상자산을 취득해 왔다.

    이 같은 제약으로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은 개인투자자 중심 구조가 고착돼 왔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투자 기반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법인 참여가 허용될 경우 시장 구조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기관 자금이 유입되면 시장의 유동성이 확대되고 전통 금융기관과의 연결성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인 시장 개방은 법인이 투자 주체로 등장한다는 의미와 함께 기존 금융기관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중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의미가 있다"며 "기관 참여는 시장 규모 확대뿐 아니라 시장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의 디지털자산 투자가 본격화하면 수탁사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관 자금이 유입되기 위해서는 자산 보관과 내부통제 등 신뢰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법인의 경우 내부통제, 회계 처리, 보안 문제 등으로 인해 가상자산을 직접 보관하기 어려워 전문 수탁 서비스 활용이 사실상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디지털자산을 오프라인 상태(콜드월렛)로 안전하게 보관해 해킹이나 내부 통제 실패로 인한 분실 위험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해외에서도 기관 자금이 유입되는 초기 단계에서 디지털자산 수탁 시장이 먼저 성장한 사례가 많다. 미국, 유럽, 일본, 싱가포르 등 주요국에서는 상장사가 가상자산을 보유할 경우 제3의 전문 수탁기관에 자산을 맡기도록 권고하거나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다. 분실 사고나 거래소 파산시 자산 회수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법인 시장이 열릴 경우 거래와 보관 기능을 분리하는 구조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한국디지털에셋(KODA),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비댁스(BDACS) 등 약 8개 전업 디지털자산 수탁사가 활동하고 있다. 이 외에도 금융위원회에 신고된 보관 업자의 경우 총 27개사(거래소 겸영회사 19개사·전업 수탁회사 8개사)로 집계됐다. 

    시중은행과 금융사들도 디지털자산 수탁사와 협업을 하며, 초기 시장 주도권 경쟁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한화투자증권·IBK캐피탈·교보증권은 한국디지털에셋과 신한은행·NH농협은행·미래에셋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은 한국디지털자산수탁, 우리은행은 비댁스와 연계해 사업 확장에 나서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일부 상장사가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현재 약 10개 내외 상장사가 약 3000개 수준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경우 비트코인 보유자 가운데 약 4분의 1이 기관으로 파악된다.

    김태일 디지털금융범죄대응연구소장은 "법인 참여가 본격화하면 시장 규모 확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구조인지"라며 "이용자 보호, 투명한 자산 관리, 범죄 예방 체계를 갖춰야 디지털자산이 제도권 금융시장에 안정적으로 편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법인 시장 개방이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의 경쟁력과도 직결된다고 보고 있다. 국내 기업이 디지털자산을 해외 수탁기관에 보관하는 사례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전문 수탁 인프라가 자리 잡지 못하면 자산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며 "법인 시장 개방과 함께 국내 커스터디 산업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