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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AI 생성 이미지(편집)
미국 사모신용 시장에서 대출 펀드 환매 요청이 연쇄적으로 늘어나며 유동성 불안이 번지고 있다. 수면 아래에서 상황이 악화돼 온 가운데 이번 사모대출 환매 사태가 유동성 위기의 ‘탄광 속 카나리아’(위기의 전조 증상)가 될지 전 세계 금융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블랙스톤, 블랙록 등 글로벌 대형 운용사로까지 환매 압력이 확산되면서 사모신용 시장 전반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불안이 확산된 계기는 블루아울캐피털의 환매 영구 중단 발표다. 앞서 2월 19일 미국의 대형 사모대출 운용사 블루아울캐피털은 자사 펀드 ‘OBDC II’의 환매를 영구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4일 해외 사모대출 펀드 관련 증권사 임원들을 불러 리스크 관리 강화를 당부했다.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가 IMA 운용 과정에서 해외 사모대출 자산을 편입하고 있는 점에 대한 우려도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블루아울은 국내 금융사들과도 거래가 적지 않은 운용사로, 연기금·공제회보다는 증권사 등 금융사와의 접점이 더 많은 곳으로 전해진다. 블루아울과 거래 관계가 있는 국내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들도 문제가 된 펀드에 직접 투자하지 않았더라도 BDC(중소기업 대출 투자회사) 투자 포트폴리오 전반에 대한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사모대출 시장에서는 동일 기업에 여러 운용사가 동시에 대출하는 구조가 적지 않아 특정 차주에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여러 펀드가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이른바 ‘오버래핑(overlapping)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AI 투자 쏠림 현상은 사실이지만 현재로서는 이를 버블로 단정하기는 어렵고, 테크·SaaS 기업에서 의미 있는 부도 사례도 아직 본격적으로 나타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연기금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BDC 시장이 아직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형성된 단계도 아니고 지난해부터 개인 대상 상품 위주로 소개된 수준이라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된 BDC에는 별도로 투자한 바 없지만 환매 중단 사태 이후 내부적으로 관련 투자에 대한 점검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는 상황을 파악하며 모니터링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블루아울 사태 이후 사모신용 시장 곳곳에서 균열 신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달 3일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의 비상장 사모대출 펀드 ‘BCRED’에는 자산의 7.9%에 해당하는 환매 요청이 들어왔다. 환매 요청 액수는 총 38억 달러(약 5조6000억원)에 달한다.
6일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하는 사모신용 펀드에서도 환매 압력이 커지며 자금 인출 제한이 단행됐다. 260억 달러 규모의 HPS 기업대출 펀드(HLEND)가 이번 분기에만 순자산가치(NAV)의 9.3%에 달하는 환매 요구를 받았으나 분기 환매 한도인 5%까지만 인출을 허용하고 나머지는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2022년 출시된 이 펀드가 환매를 제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별 운용사에서 불거진 환매 압력이 업계 최대 업체로까지 확산됐다는 점에서 사모신용 시장 전반의 심리 위축이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루아울 기술 BDC 펀드와 블랙스톤 주력 BDC 펀드인 BCRED에서도 각각 NAV의 15.4%, 7.9%에 달하는 환매 요청이 쏟아진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과거 금융위기의 전조와 유사한 흐름인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펀드의 환매 중단이 위기의 신호탄이었다. 같은 해 8월 BNP파리바가 서브프라임 관련 펀드의 환매를 중단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바 있다.
블루아울 개별 사태 당시만 해도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낮게 보는 시각이 많았다. 운용사의 투자 전략상 발생한 문제일 뿐 자산 가치가 급락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금융위기나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사안은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하지만 이후 블랙스톤과 블랙록 등 글로벌 대형 운용사로까지 이슈가 확산되면서 사안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도 다소 달라지고 있다. 사모대출 시장 내 구조적 우려 요인이 존재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모대출 시장은 그동안 급증한 인공지능(AI) 자본지출의 주요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센터는 대표적인 투자 분야다. 그러나 이란 전쟁 이후 위험자산에서 자금을 회수하려는 기관투자가와 고액 자산가 수요가 늘어난 데다 AI 기술 변화로 소프트웨어 업종 경쟁력이 약화된 데다 데이터센터 투자 과열에 따른 부실 우려도 커지면서 자금 이탈이 나타나고 있다.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사모대출 펀드에 투자한 보험사 등 금융기관과 대출을 받아온 기업으로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크레딧 펀드에서 위기가 시작됐다기보다는 매크로와 신용 사이클 부담이 크레딧 시장을 통해 드러나는 상황에 가깝다”며 “BDC는 은행처럼 수신 기능을 가진 구조가 아니어서 뱅크런 형태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그동안 공격적으로 언더라이팅했던 대출들이 앞으로 계속 문제로 드러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