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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증권사들의 IMA(종합투자계좌)와 발행어음 확대를 계기로 메자닌 시장의 투자 지형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 증권사가 메자닌을 대거 흡수하는 단계는 아니어도, 증권사 운용 자금이 빠르게 늘면서 시장에서는 메자닌을 둘러싼 수급 구조가 달라질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메자닌은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가진 구조화 금융 상품이다. 일정 수준의 이자 수익을 확보하면서 주가 상승 시 전환 이익을 기대할 수 있어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투자 자산으로 꼽힌다.
그동안 코스닥 메자닌 시장은 전문 운용사 중심 구조로 형성돼 왔다는 평가다. 상장사들이 수십억에서 수백억원 규모로 발행하는 메자닌 물량을 전문 운용사들이 담아 펀드로 운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와 비제도권 투자조합도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대형 증권사들도 메자닌 시장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는 분위기다. 최근 리테일 자금이 크게 늘어난 데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발행어음과 IMA로 조달한 자금의 일정 비율을 모험자본에 투자해야 하는 제도 역시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내부적으로 운용해야 할 모험자본이 늘어난 만큼 메자닌 등 구조화 자산을 검토할 유인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발행어음·IMA 조달액의 25%에 해당하는 규모를 모험자본에 투입하도록 단계적으로 상향(2026년 10% → 2027년 20% → 2028년 25%)하도록 의무화했다. 모험자본에는 중소·벤처기업 주식, BBB 이하 하이일드 채권, VC 펀드, P-CBO 등을 포함된다.
최근 메자닌 투자 검토 건 또한 예년보다 크게 늘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발행사들 사이에서도 차입과 유상증자 사이의 '중간 대안'으로 메자닌을 우선 검토한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통상 연초는 메자닌 비수기로 감사 의견이 나와야 메자닌 발행이 활발해지는데, 그럼에도 올해 초 검토한 투자 딜이 체감상 예년 대비 두 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운용업계 일각에서는 우량한 메자닌 딜이 증권사 내부 운용으로 먼저 소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IMA와 발행어음은 모험자본을 일정 부분 담아야 하기 때문에, 괜찮은 메자닌 딜이 나오면 일단 내부 북(book)으로 담자는 의사결정이 나온다"며 "벌써부터 괜찮은 메자닌 물량이 증권사에서 먼저 흡수되고 있단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분위기가 정책 펀드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메자닌 수요가 급증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 IMA와 발행어음으로 증권사들이 메자닌을 담는 모습을 보니, 코벤펀드가 한창 열풍일 때, 투자 자금이 급증하면서 메자닌과 비우량 사채의 가격 경쟁이 심화됐던 시기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다만 운용업계에서는 증권사가 메자닌을 대거 흡수하기에는 아직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메자닌 투자는 단순히 자금만 있다고 가능한 시장이 아니라 딜 발굴과 기업 네트워크, 실사 경험 등 전문성이 중요한 영역이라는 이유에서다.
메자닌 시장은 딜 규모가 수십억에서 수백억원 수준으로 비교적 작고, 여러 투자은행(IB)을 통해 파편적으로 공급되는 경우가 많다. 꾸준한 발행사 네트워크와 투자 경험을 가진 전문 운용사가 기존 주요 플레이어로 활동해 있던 이유로 꼽힌다.
이에 증권사와 메자닌 전문 운용사와 협업하는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메자닌 운용사들이 최근 증권사 유관 부서와 관련 상품 구조를 논의하며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주요 메자닌 하우스들은 증권사와 메자닌 투자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증권사 신기술사업금융(신기사) 부서와는 공동 투자 구조를 만드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운용사는 딜 소싱과 투자 판단을 맡고, 증권사는 자금 모집과 상품 구조 설계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한 메자닌 전문 운용사 대표는 "모험자본을 소화하려면 좋은 기업 발굴이 필요한데, 메자닌 운용사와 협업해 딜 소싱을 해결하고, 이를 리테일에 연결해 수요를 공략하는 형태로 대형 증권사 신기사 부서와 조합 상품을 구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