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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NH투자증권이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를 잠정 중단하고 지배구조 체제 재검토에 착수했다. 당초 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차기 리더십이 결정될 예정이었으나, 이사회가 지배구조 개편을 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CEO 인선은 사실상 오는 5월경까지 두 달가량 미뤄질 전망이다.
11일 NH투자증권은 이사회를 열고 차기 CEO 후보 추천 대신 지배구조 체제 전환의 타당성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업 부문 간 균형 성장과 리스크 관리 체계 점검을 위해 단독대표, 공동대표, 혹은 각자대표 중 어떤 모델이 최적인지 먼저 결정한 뒤 경영승계 절차를 재개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번 검토는 대주주와 논의 과정에서 이사회에 공식 제안된 사항으로 파악된다. 급격한 자본시장 환경 변화와 사업 규모 확대에 맞춰 리스크 관리 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는 대주주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동 중이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일정은 보류됐으며,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서도 대표이사 선임안이 제외됐다. 이번 달 임기 만료 예정인 윤병운 현 사장은 임시 주총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5월경까지 임기가 자동 연장된 상태로 회사를 이끌게 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인선 중단이 농협그룹을 둘러싼 대내외적 불확실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한다. 통상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되는 인선 구조상, 현재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수사기관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중앙회의 인사 영향력이 예전보다 약화된 상황에서 이사회가 속도 조절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내부통제 이슈도 연임 가도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됐다. 차기 리더십의 한 축으로 꼽히던 사업부 대표급 인사가 지난해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교체되면서 관리 책임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결국 이번 인선 중단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는 사법 리스크와 윤 사장의 내부통제 책임론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특정 인사를 단독 후보로 밀어붙이기에는 대내외적 명분이 부족하다는 판단하에, 이사회가 지배구조 정비라는 우회로를 택했다는 해석이다.
대주주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각자대표 체제는 특정인에게 집중될 수 있는 경영 리스크를 분산하고 조직을 조기에 안정시킬 수 있는 전략적 대안으로 꼽힌다. 과거 정영채 전 사장 시절에도 검토됐으나 무산됐던 이 카드는 현재처럼 단독 후보를 내세우기에 내부 갈등이나 주주 반발이 우려되는 시점에서는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영역별로 대표가 달라지게 되면 부서별 이해관계 조율 및 협업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특히 대형 증권사의 경우 기업금융(IB)과 자산관리(WM), 트레이딩 조직이 유기적으로 엮여야 하는 업무가 많다는 점에서 의사결정 속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정영채 전 사장의 성과와 조직 장악력을 바탕으로 단독대표 체제가 유지됐으나, 현재처럼 단독 후보를 내세우기에 리스크가 큰 시점에서는 유력한 대안으로 재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복합적인 이해관계 속에서 단독 대표를 곧바로 밀어붙이는 것은 주주 반발이나 내부 갈등을 키울 위험이 있다”며 “지배구조를 먼저 정비해 명분을 확보한 뒤 경영 승계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밟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