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식 매각익 쌓이는데…삼성생명, '특별배당·밸류업' 묵묵부답
입력 2026.03.12 10:17

상반기 중 삼성전자 주식 매도…매각금액 1조원 육박
특별배당·밸류업 기대감에 주가는 가파른 상승
회사 측 "배당 재원으로 분산 활용·밸류업 검토 중"

  • 삼성전자가 대규모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하면서 계열사인 삼성생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분율 유지를 위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하는데, 해당 금액이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특별배당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꿈틀거리는 가운데 회사 측은 미온적인 반응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삼성생명의 주가는 하루새 7.09% 오른 22만6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이틀간 약 13% 상승한 것으로 10일 삼성전자가 추가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힌 뒤 주가는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삼성생명의 주가 상승엔 '특별배당' 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관련 법에 따라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매각이 강제될 수밖에 없고, 이렇게 확보한 자본이 배당 등 주주환원에 쓰일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기 전 회사가 보유한 삼성전자의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라 금융사는 계열사의 지분을 1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현재 삼성생명(8.51%)과 삼성화재(1.49%)의 합산 지분율은 딱 10%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으로 발행 주식 총수가 감소하면 법 위반 상태에 놓인다.

    삼성전자는 보유 자사주 1억543만주 가운데 8700만주를 상반기 내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선 이에 따라 삼성생명이 매각해야 하는 삼성전자 주식이 624만주에 달할 것으로 본다. 해당 주식의 가치는 전일 종가 기준 1조1856억원이다. 취득 당시 삼성전자 주가가 주당 1000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매각 금액 대부분이 세전 매각이익으로 잡히는 셈이다.

    투자자들의 발 빠른 움직임과 달리 삼성생명은 말을 아끼고 있다. 이번 주식 매각으로 인한 수익도 특별배당 대신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이어가는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실제 삼성생명은 작년 발생한 약 2000억원 규모의 주식 매각 이익도 일반 결산 배당에 일부 녹여내는 데 그쳤다.

    지난 2월 컨퍼런스콜에서 이완삼 CFO는 "특정 자산의 매각 이익 전체를 별도의 특별배당 형태로 지급하기보다는 전체적인 배당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결산 배당금에 녹여내는 방식을 택했다"며 "향후에도 계열사 지분 매각 등 비경상적인 이익이 발생할 경우 이를 즉각적으로 전액 배당하기보다는 적정 기간에 걸쳐 배당 재원으로 분산 활용하는 판단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의 태도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삼성생명의 지급여력(K-ICS)비율은 198%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을 통해 보험사의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해주기로 한 점도 보험사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대목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배당성향을 점진적으로 상향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하는 상황이라 시장의 갈증이 크다"며 "조 단위의 세전이익이 발생하는 만큼 꼭 특별배당이 아니더라도 분기 배당을 확대하는 등의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작년 배당성향은 41.3%다. 회사는 이를 2028년까지 5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구체적인 밸류업 공시 시점이나 특별배당 계획에 대해선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의 경우 기타포괄손익에 반영돼 배당가능이익에 포함할 지는 경영진의 의지에 달렸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현재 밸류업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