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프리마켓 도입 늦어지나…전산 개발·노조 설득 '산 넘어 산'
입력 2026.03.13 07:00

6월 말 도입 계획에 일부 증권사 "추석 이후로"
RIA 개발 등 업무 과부하 속 추가 채용 부재
노조 강경 반발 속 증권사별 의견도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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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거래소(KRX)의 프리·애프터마켓 도입 시점이 계획보다 늦춰질 전망이다. 거래소는 애초 증권사들의 IT 시스템 준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입 시점을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현장에선 업무 과부하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크다. 사실상 일정 번복이 불가피해진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한국거래소가 개최한 간담회에서 일부 증권사는 거래시간 연장 시점을 9월 이후로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래소는 금융위원회와 논의를 통해 연장 시기와 관련된 일정을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거래소는 오는 6월29일부터 프리·애프터마켓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리마켓은 오전 7~8시, 애프터마켓은 오후 4~8시로 예정했다. 이후 2027년 말까지 24시간 거래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6월 말 12시간 거래로 연장하는 데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전산 개발 부담을 호소하는 일부 중소형 증권사에 대해선 필요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일부 증권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작년 말부터 국내시장 복귀계좌(RIA)와 BDC 상품 등에 대한 개발이 진행되면서 가용 인력이 제한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 금융투자협회가 거래소에 시행 일정을 늦춰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거래소는 지난 5일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고, 증권사 실무자들에 7~8월께로 도입 시점을 늦추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아울러 프리마켓 종료 시간을 오전 7시50분으로 10분 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업계는 거래소 프리마켓 종료 후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오전 8시~8시50분)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소는 한두 달 정도 늦출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일부 회원사는 적어도 9월 이후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며 "업계 의견을 수렴해 금융위와 논의하겠다는 방향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대형 증권사의 경우 이왕 할 거면 오히려 시기를 앞당기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해서, 거래소가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사들이 일정 연기를 주장하는 이유는 전산 개발 및 실무 인력의 업무 과부하다. 업계는 작년 말부터 정부 방침에 따른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시스템 구축 등에 인력을 집중 투입해왔다. 게다가 최근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전산 오류가 빈번해졌다. 거래 시간 연장이 시스템 리스크를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인력 운용 문제도 걸림돌이다. 거래 시간이 연장되면 실무 직원의 업무량 증가는 불가피하지만, 대다수 증권사는 추가 채용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넥스트레이드 준비 과정에서도 기존 인력 위주로 대응했던 선례가 반복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각 증권사 노조와의 협의 과정도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프리마켓 도입 시점에 대해 협의의 여지가 있다 보니 아직 직원들의 반발이 크게 나오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넥스트레이드 때도 그랬고, 거래시간이 연장됐다고 해서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기는 부담이라 노조가 있는 증권사들이 특히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