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공식 바뀌면…경영권 방어선 먼저 흔들린다
입력 2026.03.13 07:00

상법·스튜어드십 이어 상속세까지…자본시장 개편 입법 가속
주가 대신 순자산 80% 기준 과세 추진…승계 세 부담 변수
상속세 현금 납부 원칙…대주주 지분 매각 가능성 커져
지분율 하락·자사주 소각 겹치면 경영권 방어력 약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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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상법 개정과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논의에 이어 상속·증여세법 개정안까지 추진되면서 기업 지배구조를 둘러싼 정책 변화가 승계 구조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특히 상장 주식 상속·증여세 산정 방식을 바꾸는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 현실화할 경우, 단순한 세 부담 문제를 넘어 경영권 방어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상속·증여세법 개정을 통해 상장 주식의 과세 기준을 일부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상속·증여 시점 전후 각 2개월, 총 4개월간의 평균 시세를 기준으로 상장주식을 평가한다. 이 때문에 기업 승계를 앞둔 대주주가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하려는 유인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미 지난해 5월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주식의 시가가 주당 순자산 장부가치 대비 일정 수준(0.8배)에 미달할 경우 과세 기준을 시가 대신 순자산 가치에 연동하도록 설계했다. 구체적으로는 주가가 '주당 순자산 장부가치'의 80%에 못 미치면 과세표준을 '순자산 가치의 80%'로 잡는 방식이다.

    이 같은 기준이 도입되면 기업 승계 과정에서 세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상속세는 현금 납부가 원칙인 만큼, 세액이 커질 경우 대주주나 후계자가 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특히 지분 매각 자체보다 지분율 하락이 가져올 지배력 변화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상속 과정에서 지분 일부가 시장에 나오면 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지고 지분 구조가 분산될 수 있다. 이 경우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행동주의 투자자의 경영 참여 요구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승계 과정에서 대주주 지분 매각이 현실화할 경우 대형 상장사의 블록딜 등 형태로 시장에 물량이 출회하며 수급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기업 승계 이슈가 자본시장 수급 변수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추진된 상법 개정과의 결합 효과도 변수로 거론된다. 국회는 지난 2월 25일 기업이 보유 중인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3차 상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될 경우 자사주를 활용한 경영권 방어 전략이 제한될 수 있는데, 여기에 승계 과정에서 지분율까지 낮아지면 기업의 방어 수단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기준을 강화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개선 논의까지 더해지면서, 기업·기관·승계 구조를 동시에 겨냥한 제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업의 경영 판단과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 그리고 대주주의 승계 구조까지 모두 제도권 안에서 재설계하려는 흐름이라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정책 취지와 별개로 경영권 안정성 측면의 영향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세금 자체보다도 승계 과정에서 지분율이 낮아지는 상황이 생기면 경영권 방어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기업들이 더 민감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장에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효과에 대한 기대도 함께 나온다. 한 국책은행 연구원은 "주가를 인위적으로 관리해 세 부담을 낮추는 유인을 줄이겠다는 취지는 분명하다"며 "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는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실제 파장의 크기는 제도 설계와 적용 범위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상법 개정과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논의에 이어 상속·증여세 과세 방식까지 손질될 경우, 기업 지배구조 개편의 초점이 기업 의사결정 구조에서 대주주 승계와 지배력 문제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현재 발의된 이소영 의원안 역시 최종안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며, 여당 내부에서는 순자산 기준 비율 등 구체적인 수치를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져 입법 과정에서 세부 설계가 달라질 여지도 남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