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금융' 실적압박에 저리(低利) 시설대 투자 늘리는 금융지주
입력 2026.03.13 07:00

계열사별 생산적금융 목표 관리
삼성 P5 투자에 시중은행 참여
신재생·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공연장 등 문화 인프라도 검토
정책금융 확대 속 수익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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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맞춰 국내 금융지주들이 인프라와 산업시설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연간 생산적 금융 목표를 맞추기 위한 실적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낮은 투자까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들은 올해 생산적 금융 집행 목표를 설정하고 계열사별로 실적을 관리하고 있다. 생산적 금융은 첨단 전략산업, 신성장 산업, 인프라 등 실물경제 기반을 강화하는 분야에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을 의미한다. 다만 업종 구분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금융권에서는 부동산, 유통업, 단기성 투자, 사행산업 등을 제외하면 상당수 기업금융과 투자가 생산적 금융 범주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부동산이나 사행산업 등 일부 업종만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업금융과 투자가 생산적 금융으로 분류되는 분위기"라며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사업을 생산적 금융으로 인정할지 해석의 여지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적 집계 기준 역시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 프로그램과 연계된 투자 가운데 약정 금액을 기준으로 실적을 인정할지, 실제 자금 집행 금액을 기준으로 볼지에 대한 기준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약정 기준인지 실제 기표 기준인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금융사마다 내부적으로 해석해 관리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지주들이 대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업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P5) 공장 투자다. 국민성장펀드를 활용한 총 2조5000억원 규모의 시설 자금 지원이 추진되는데 산업은행이 약 2조원을 담당하고, 나머지 5000억원은 시중은행들이 분담하는 구조다. 주요 금융지주 계열 은행들이 각각 약 1000억원씩 참여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으며 내부 투자심의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 조건도 비교적 낮은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다. 앞선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채 금리보다 낮은 수준에서 금리가 검토되고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는 부담이 있는 구조"라며 "정책금융 성격이 강한 사업이어서 금융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투자가 정책 상징성이 큰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금융사들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 P5 공장은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위한 핵심 시설로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거점으로 평가된다.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대규모 첨단 산업 투자를 상징하는 사업인 만큼 정책금융 차원에서도 의미가 큰 프로젝트"라며 "삼성전자 자체 자본금으로도 충분했지만, 정부가 상징성을 위해 산업은행 및 지주들의 참여를 장려했다"고 설명했다.

    생산적 금융 확대 흐름은 인프라 투자 분야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와 데이터센터 등 산업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금융권 관심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금융권에서는 태양광, 풍력발전,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투자 검토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역시 주요 투자 대상으로 거론된다. 인공지능 산업 확산과 함께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련 인프라 투자 기회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선 금융권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 검토가 여러 건 진행되고 있다"며 "다만 임차 리스크와 시장 경쟁 등 고려해야 할 요소도 많다"고 말했다.

    사모펀드(PEF) 출자 역시 생산적 금융 실적 관리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정 블라인드 펀드가 인공지능 기업 등 생산적 금융 대상 산업에 일정 비율 이상 투자한다는 조건을 제시하면, 금융지주가 출자한 금액이 생산적 금융 실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콘텐츠(K-콘텐츠) 분야 역시 생산적 금융 대상 산업으로 포함되면서 관련 투자 검토가 늘어나고 있다. 다만 콘텐츠 제작사 등에 대한 직접 투자는 사업 구조와 수익성 평가가 쉽지 않아 문화시설 등 인프라 중심 투자에 머무르는 상황이다.

    서울 송파구 옛 성동구치소 부지에 추진되고 있는 '잠실 팝시티' 공연장 사업도 생산적 금융에 해당하는 사례다. 약 2000억원 규모의 민간투자 프로젝트로, 5000석 규모 공연장과 상업시설 등을 결합한 문화시설로 추진되고 있다. 하나금융 계열 은행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사업을 제안했으며 수익형 민간투자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장기간 표류했던 고양 아레나(K-컬처밸리) 개발사업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2016년 경기도와 고양시, CJ 컨소시엄이 협약을 체결하며 시작됐지만, 초기 사업자인 CJ라이브시티가 철수한 이후 공사가 중단됐다. 최근 경기도를 중심으로 사업 재추진 가능성이 다시 언급되면서 금융권과 투자업계의 관심도 다시 모이고 있는 분위기다. 대형 공연장과 복합문화시설 등 문화 인프라가 생산적 금융 대상 산업으로 포함된 만큼, 향후 정책 금융이나 국민성장펀드와 연계한 자금 조달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지주 내부에서는 생산적 금융 확대 과정에서 수익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장기 프로젝트나 정책 목적 사업의 경우 금융사 입장에서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확대라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일부 사업의 경우 금융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낮을 수 있다"며 "단기간은 괜찮지만, 장기적으로 이러한 투자를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