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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으로 촉발된 NH투자증권의 고강도 내부통제 쇄신안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당초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증권업계 전반의 자정 작용으로 번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관망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잇따른 부당대출 사건 이후 은행권이 이해상충 방지 자율규제를 제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내부통제 강화 태스크포스팀(TFT)은 최근 비상근 체제로 전환했다. '임원의 국내 상장주식 매수 금지' 등 쇄신안을 발표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핵심 제도와 관련 시스템이 어느 정도 안착했다는 판단에 따라 운영 및 점검에 집중하는 단계다.
NH투자증권은 작년 10월 말 내부통제강화 TFT를 신설했다. 윤병운 사장이 TFT장을 맡고 준법, 감사 등 관련 임원들이 주축이 됐다. 이후 TFT는 전 임원의 국내 상장주식 매수를 금지했고, 소속 부서와 관계없이 가족계좌를 등록·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공개매수 관련 임직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편취했다는 혐의가 제기된 뒤였다.
사고 발생 초기만 해도 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의 이러한 초강수가 증권가 전반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현재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대형사 중 유사한 대책 도입을 검토 중인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은 현재 규정상 관리 수준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금융투자협회의 모범규준에 따라 이미 촘촘한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금융투자회사 표준내부통제기준'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증권사의 임직원은 주식 등의 매매를 위해 1개 계좌만 이용할 수 있다. 소속 본부 등에 따라 이해상충 여지가 있는 상품은 매매할 수 없도록 하고, 이외 상품의 경우 거래 횟수와 한도 등을 두고 관리한다.
구체적 횟수와 한도는 증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모범규준 내용과 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장주식 매매 시 월간 매매회전율 500% 이내, 매수 주문 횟수 일간 3회(또는 월간 30회) 이내로 제한된다. 연간 총 투자금액 또한 본인의 연봉을 초과할 수 없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이해상충 여지가 있는 상품은 매수 버튼이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매수가 불가능하다"며 "부서에 따라 개별 종목뿐만 아니라 ETF도 일부 상품 매수가 제한되기도 하고, IB의 경우 배우자나 미성년 자녀의 계좌도 관리하도록 되어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행 증권업계 내부통제가 임직원 본인이 '신고한 계좌' 내에서의 일탈을 막는 수동적 구조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사전에 신고되지 않은 제3자나 지인의 계좌를 활용할 경우 사실상 규정 밖의 일로 치부되는 셈이라서다.
잇따른 부당대출 등의 사건 이후 은행권이 공동으로 마련한 '이해상충 방지 지침'은 인적 통제 범위가 훨씬 광범위하다. 해당 지침은 이해관계자를 전·현직 임직원, 학연, 지연, 거래관계, 상급자 등 '공정한 업무 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까지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은행권은 이 지침을 기반으로 시스템 구축을 거쳐 오는 7월부터 전격 시행할 예정이다. 개별 은행마다 세부 기준은 다를 수 있으나 해당 지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본인 계좌의 회전율이나 횟수 제한은 사실상 이해충돌보다는 업무에 집중하라는 의미"라며 "일탈 행위를 하겠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구조인데 이를 특정 증권사의 문제라고만 보고 있고, 긁어 부스럼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표준 내부통제 기준을 적용하는 것 외에 업계 전반의 자율협약 등을 논의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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