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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탱커 시장이 활황을 보이며 팬오션이 올해 초 단행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사업부 인수에 시장 관심이 쏠린다. 탱커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중동 전쟁 격화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까지 커지자, 시장에서는 타이밍이 절묘했단 평가가 나왔다.
팬오션은 올해 2월 SK해운으로부터 VLCC 10척과 관련 사업을 9737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유조선 인수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탱커 시장이 장기 상승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만큼, 팬오션의 유조선 인수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커졌다. 현금 유동성을 보다 높은 사업 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가 나왔다. 2월 말 들어 탱커 중고선가가 신조선가를 웃도는 업황 사이클 신호가 나타나며 시장 관심은 더욱 커졌다.
중동 전쟁이 터지며 운임은 급등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현실화하면서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중동~중국 항로 VLCC 하루 운임은 최근 49만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올해 초 약 2만8000달러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두 달 만에 10배 이상 올랐다.
시장에선 VLCC 10척을 확보한 팬오션의 자산가치 변화가 주목된단 목소리가 나왔다. 운임이 상승하면 선박 가치 역시 함께 오르는 구조인 만큼, 보유 선대의 평가가치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단 것이다. 향후 선복 매매 시장에서 선박을 매각할 경우 매매차익이 상당할 수 있단 분석이다. 운임 급등으로 '잭팟'을 터트릴 거란 기대감도 번졌다. 탱커 운임이 급등하기 전 유조선 사업부를 매각한 SK해운 입장에선 다소 아쉬운 타이밍이 아니었느냐는 시선도 있었다.
이번 운임 급등을 팬오션의 자산가치 상승과 직접 연결 짓기에는 이르다는 시선도 있다. 팬오션이 인수한 VLCC 대부분이 이미 장기 화물 운송 계약을 기반으로 운항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선박들은 주요 화주와 2~4년가량의 장기 운송 계약을 맺고 있다. 장기 계약 구조를 포함해 약 9700억원의 거래 가격이 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팟 운임 변동에 따른 수익 확대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운업 특성상 장기 계약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장점이 있지만, 시황 급등 국면에서는 상승효과를 온전히 누리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번 탱커 운임 급등은 대부분 스팟 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장기 계약 비중이 높은 선대는 단기 시황 상승의 직접적인 수혜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박 연령도 변수로 꼽힌다. 팬오션이 인수한 VLCC 선박 상당수는 선령이 20년 안팎으로 알려졌다. VLCC의 통상적인 수명은 약 25년 수준으로 평가되는 만큼, 향후 4~5년 내 신규 선박 투자가 필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장기 화물 운송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는 선대 교체를 위한 투자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단 의미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팬오션이 탱커 사업을 확보했다는 점은 긍정적이고 향후 탱커 시장 강세에 따른 이득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운임 급등을 곧바로 실적 호재로 해석하기보다는 중장기 시장 사이클 속에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팬오션이 계약이 종료되는 선박부터 중고선 시장에 매각해 차익을 실현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중고선 거래가 활발해지며 해운사들이 선대를 매각해 차익 실현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매각 시의 탱커 운임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선 이번 중동 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글로벌 탱커 선사 시노코(Sinokor)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단기 계약 형태로 운용되는 탱커 비중이 높은 만큼 최근 스팟 운임 급등의 수혜를 크게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관계자는 "전 세계 VLCC 선대는 약 1000척 규모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약 500척은 장기 운송 계약에 묶여 있고, 250척 정도는 단기 계약 형태로 운영된다"며 "실제 스팟 시장에서 운용되는 선박은 약 250척 수준인데, 이 가운데 시노코 계열이 약 140척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