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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앞두고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일본 금리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변수가 맞물리면서 실제 유입 규모와 속도를 두고는 시장 참가자들의 시각이 엇갈린다.
최근 채권시장에서는 WGBI 편입이 외국인 자금 유입을 이끌 핵심 재료로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 주요 채권지수 편입 시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이 일정 부분 자동적으로 유입되는 데다, 일부 액티브 자금도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자금 유입 규모를 두고는 전망이 분분하다. 아직 투자 집행이 시작된 상황이 아닌 만큼 구체적인 규모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WGBI의 종목별 편입 규정에 따르면 WGBI 추종 자금은 한국 채권시장을 그대로 복제해야 한다. 현재 한국으로의 자금 유입 예상 규모는 약 374억달러~416억달러 수준으로 거론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아직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는 누구도 확답하기 어렵다"며 "막연하게 10조원대 중후반 수준이 언급되지만 구체적인 금액은 불명확한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WGBI 추종 자금 가운데 비중이 큰 일본계 투자자들의 투자 여건을 두고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일본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해외 채권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일본의 금리 인상이 점진적으로 이어지자 엔캐리 트레이드로 해외 투자에 나섰던 일본 투자자들의 자금이 일본으로 회귀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앞의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무작정 자금을 뿌리는게 아니라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투자가 이뤄진다"며 "일본 시장 금리를 고려할 경우 당연히 좋지 않은 여건"이라고 했다.
투자 전략은 단순한 금리 비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해외 채권 투자 비중을 별도로 관리하므로 일본 금리 인상이 곧바로 해외 투자 축소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일부 일본 기관투자가들은 한국 채권 투자에 여전히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직접 일본 현지 기관을 방문해 의견을 들은 한 시장 관계자는 "일본 투자기관들도 기본적으로 원칙 기반의 포트폴리오 운용을 하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해외 투자 비중을 크게 줄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며 "한국 국채로는 꽤 자금이 들어올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채권은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 자산인 만큼 단순히 금리 수준만 보고 투자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며 "한국 역시 금리가 많이 오른 상태지만 일본만큼은 아니며, 재정건전성이나 물가 상승률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 등 지정학 리스크 역시 외국인 자금 흐름을 가늠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지정학적 충격이 발생하면 채권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하지만,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채권과 주식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 크레딧 연구원은 "전쟁이 발생하면 통상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한다고 보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채권과 주식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등 불확실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전쟁이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한국이나 일본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물가와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어 상황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환율 역시 외국인 투자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환헤지 비용이 늘어나면서 해외 투자자의 채권 투자 매력도가 낮아질 수 있다.
일부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유입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WGBI를 벤치마크로 사용하는 패시브 자금이 선제적으로 국내 채권시장에 흘러 들어오기 때문이다.
앞의 관계자는 "기관마다 전략이 달라 이미 투자에 들어간 곳도 있을 것이고 아직 준비 단계인 곳도 있을 것"이라며 "알려진 바로는 한 달 전후로 일부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자금 유입 시점은 WGBI 편입이 실제로 적용되는 4월 전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대와 달리 자금 유입이 제한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채권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가 상당히 큰 상황"이라며 "만약 기대만큼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시장 충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역시 자금 유입 규모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