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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한항공이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넘겼던 기내식 사업을 다시 사들이기로 하면서 통합 항공사 출범 이후 기내식 사업 재편 방향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항공이 핵심 서비스 공급망을 다시 내부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이 맺어둔 30년 장기 기내식 계약이 여전히 남아 있어 통합 이후에도 사업 구조 정리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한앤코에어서비스홀딩스로부터 대한항공씨앤디서비스(C&D) 지분 80%를 약 75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대한항공은 기존에 C&D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거래가 마무리되면 해당 법인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게 된다.
대한항공C&D는 대한항공의 기내식 공급과 기내면세품 판매를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다. 대한항공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해당 사업을 매각했지만 항공 수요 회복 이후 다시 사업을 되사오는 결정을 내렸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재인수를 단순한 사업 회수 이상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통합 항공사 출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내식 공급망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장기 계약 문제를 당장 정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선 대한항공 측 기내식 사업을 완전히 내부로 가져와 협상력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항공업계에서는 기내식 사업을 항공사의 대표적인 '알짜 사업'으로 평가한다. 기내식 사업은 안정적인 수요를 바탕으로 20~30% 수준의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대한항공C&D 역시 코로나 기간에는 실적이 부진했지만 항공 수요 회복과 함께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 2021년 약 1000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24년 약 6600억원으로 확대됐고 순이익도 300억원대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했다.
대한항공이 기내식 사업을 다시 품은 배경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통합 항공사 출범이 자리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 뒤 약 2년간의 통합 과정을 거쳐 '통합 대한항공'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항공기 운항과 마일리지, 서비스 체계 등이 단계적으로 통합되는 만큼 기내식 사업 역시 통합 대상 중 하나로 꼽혀왔다.
통합 이후 기내식 공급 체계가 단숨에 일원화되기는 어렵다. 아시아나항공이 게이트고메코리아(이하 GGK)와 맺은 장기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6년 스위스 기내식 기업 게이트그룹과 합작으로 GGK를 설립하고 2018년부터 30년간 기내식을 독점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2048년까지다. 계약에 따라 GGK는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독점 공급하고 아시아나항공은 그 대가로 GGK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계약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시절 체결된 이른바 '패키지 딜' 구조다. 당시 금호그룹은 그룹 지배권 회복을 위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 기내식 독점 공급권을 제공하는 대신 게이트그룹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게이트그룹 계열사는 금호 측 회사에 약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무이자로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했고 그 대가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독점 공급권을 확보했다.
이후 계약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기내식 사업권을 저가로 넘긴 거래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형사 재판에서는 기내식 사업권 저가 양도와 관련한 배임 혐의가 인정되기도 했다. 다만 계약 상대방이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기내식 공급 계약 자체의 효력은 유지됐다.
최근까지 이어졌던 기내식 대금 분쟁도 사실상 마무리됐다. GGK는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며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중재를 신청했고 중재 판정은 GGK의 손을 들어줬다. 국내 법원 역시 중재 판정을 승인하면서 관련 분쟁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문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이후다. 계획대로 오는 12월부터 통합 항공사 출범이 시작되면 대한항공은 자회사 C&D를 통해 기내식을 공급받게 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기존 계약에 따라 GGK로부터 기내식을 공급받아야 하는 구조가 남는다.
계약 구조상 공급 계약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해지하기도 쉽지 않다. 계약상 중대한 위반이나 해지 사유가 발생할 경우 공동기업 지분을 상대방에게 매수하거나 매도할 수 있는 옵션 구조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GGK 지분을 상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이 기내식 사업을 다시 내재화한 것을 두고 향후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이 C&D를 완전 자회사로 확보한 만큼 향후 GGK와의 물량 조정이나 계약 구조 변경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이 향후 GGK와 협상을 통해 물량을 조정하거나 계약 구조를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계약 기간이 길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만큼, 통합 대한항공 출범 이후에도 상당 기간 C&D와 GGK의 이중 구조가 유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계약을 승계해야 하기 때문에 향후 대한항공과 GGK간의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며 "계약이 장기간 남아 있는 만큼 통합 이후에도 일정 기간 두 기내식 공급 체계가 병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아시아나항공 측은 "기내식 사업 관련 계약 승계 여부 등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