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심 위축 속 후순위채 발행…이례적 '개인 마케팅' 나선 흥국화재
입력 2026.03.13 15:06

취재노트
'월이표' 내건 흥국화재, 고금리 승부수 통할까
기관 대신 '개인' 공략…'포비아' 속 자본 확충 시도

  • 흥국화재가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앞두고 배포한 보도자료의 내용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5%대의 금리로 안정적인 고수익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고,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몰릴 것으로 보인다"는 코멘트가 화제가 됐다.

    통상 후순위채 흥행 여부는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예측 결과로 증명된다. 발행사가 수요예측 전부터 홍보전을 펼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사실상 기관 수요만으로는 1000억원을 채우기 버겁다는 공포를 직접 드러낸 셈이다.

    채권의 면면을 살펴보면 개인 투자자를 향한 절박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연 5~5.5%에 달하는 높은 고정금리와 함께 '월이표채' 방식을 도입했다. 흥국화재는 "은퇴 후 정기적인 현금 흐름을 원하는 자산가나 매월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소액 투자자들 사이에서 '제2의 월급'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흥국화재가 사뭇 공격적인 셀링에 나선 배경에는 중소형 보험사 채권을 향한 시장의 포비아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롯데손해보험이 적기시정조치를 받으면서 후순위채 콜옵션을 행사하지 못했고, 신종자본증권은 이자 지급이 중단됐다.

    현재 흥국화재의 지급여력(K-ICS)비율은 220.4%로 금융당국의 권고치(150%)를 훌쩍 상회한다. 다만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42.1%로 규제 기준인 50%를 밑돈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기본자본 킥스비율이 50% 미만일 경우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할 예정이다. 2035년까지 경과조치를 적용하는 만큼 당장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론 자본 건전성 개선이 필요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적기시정조치가 유예된다고 해서 자본건전성이 기준 미만이라는 점이 바뀌진 않는다"며 "롯데손보 사례를 지켜본 투자자들이 자본 건전성에 훨씬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는데, 흥국화재로선 부담일 것"이라고 전했다.

    대외 여건도 녹록지 않다. 이란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금리 변동성이 극심해졌고, 시중 여윳자금은 증시로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의 냉담한 시선 속에 최근 중소형사 자본성증권 발행이 잇따라 고전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후순위채는 예금과 달리 원금 손실이나 이자 지급 정지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 상품이다. 금융감독원 역시 보도자료에 '완판'이나 '흥행 예고' 같은 표현을 담지 말라는 행정 지도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시로 자금이 쏠리는 시기에 개인 투자자들이 고금리만 보고 뛰어들었다가 향후 지급 정지 리스크 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경우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며 "당국이 과도한 마케팅을 주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짚었다.

    흥국화재는 오는 17일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이후 이례적 마케팅이 시장에 통했을 지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성공하더라도 회사는 고비용 조달이라는 부담을 안게 된다. 시장에선 고금리 채권 발행이라는 임시방편을 넘어 지속가능한 자산 건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