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美 ADR 시사한 최태원 회장…어닝시즌 밸류업 마중물 기대감
입력 2026.03.17 16:11

최태원 GTC서 SK하이닉스 ADR 발행 첫 언급
마이크론 시작으로 실적시즌 앞두고 기대감↑
SK하이닉스도 '순현금 100조' 시대 진입 예고
정관 개정 후 자사주 활용폭 확대…마중물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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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 기대감이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내달 1분기 실적발표 일정을 앞두고 ADR 발행 계획이 랠리 재개 마중물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기술자 컨퍼런스 'GTC 2026'에서 SK하이닉스의 ADR 발행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해외 투자자 기반을 확대하고 미국 및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SK하이닉스 입지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으로 기대감에 머물던 SK하이닉스 ADR 발행 계획이 어느 정도 구체성을 띠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선 지난 연말부터 SK하이닉스의 ADR 발행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긴 했으나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다. 보도 직후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일보다 3% 이상 치솟으며 100만원 선에 복귀했다가 오후 약보합세로 돌아서 0.41% 하락한 97만원에 마감했다. 

  •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ADR 발행에 나설지 알려진 사실은 없으나 당분간 기대감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우선 메모리 반도체업계가 오는 19일(현지시간) 미국 마이크론을 시작으로 실적발표 시즌에 돌입한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전 세계 3위권 메모리 공급사다. 통상 가장 먼저 실적을 공개하는 만큼 업황 가늠자 역할을 해왔다. 3위권 업체이고 비교적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실적 자체는 기대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1, 2위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초호황(슈퍼사이클) 수혜가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될 예정이다. 

    투자업계에선 마이크론 성적표가 그대로 SK하이닉스의 실적 기대감으로 이어질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기술력과 시장점유율, 생산능력에서 앞서는 메모리 공급사가 사이클 수혜를 더 크게 보는 구조인 덕이다. 현재 증권가의 SK하이닉스 1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눈높이는 30조6700억원 수준에 형성돼 있는데 가장 최근 발표된 분석 보고서들은 1분기 영업익이 38조원, 연간 영업익 규모는 200조원 이상까지 올려잡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마이크론을 통해 지난 2월까지의 사이클 효과가실적으로 드러나면 SK하이닉스 실적에 대한 주목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지난 연말과 마찬가지로 증시 전체는 조정을 거쳐도 메모리 가격은 여전히 오르고 있고, 실적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라는 점이 재차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처럼 보유 현금에 대한 고민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ADR 기대감을 뒷받침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순현금 구조에 돌입했는데, 업황에 변동이 없다면 올해 늘어날 순현금 규모가 100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너무 많은 현금을 보유하게 될 거라는 얘기다. 보수적인 자본배분 정책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종전보다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확대 목소리가 높아질 거란 전망이 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개정상법을 반영한 정관 변경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 달 주총 소집을 결의하면서 자사주 보유 및 처분 근거 마련을 위한 조항 신설을 안건으로 기재했다. 자사주를 신기술 도입, 전략적 제휴, 사업구조 개편, 인수합병(M&A) 등 경영상 목적을 위해 처분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직접적으로 ADR 발행을 겨냥한 문구가 담기지는 않았으나 활용 목적을 폭 넓게 허용하는 방식으로 ADR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마이크론 주가도 지난 두 달여 가까이 조정을 거쳐왔지만 실적 발표를 앞두고 다시 전고점 돌파를 앞두고 있다"라며 "중동 사태 장기화 여부나 국내 에너지 수급 우려도 지켜봐야 하지만, 실적을 감안하면 SK하이닉스 주가는 여전히 싼 편이다. ADR 발행 계획이 내달 실적 발표 전까지 마중물 역할을 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