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적극 행사 예고한 국민연금, 지분 보유목적 전환 기업에 질의 쇄도
입력 2026.03.18 07:00

연금, 주총 전 기업 IR 접촉 확대
지배구조 관련 사전 질의 이어져
단순투자→일반투자 전환 기업 중심
개정 상법 우회 시도도 집중 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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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민연금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업 IR 부서와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지배구조 관련 사안에 대해 사전 질의를 보내며 주총 이전 기업들의 현황을 미리 확인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기업들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정기주총부터 개정 상법 취지에 반하는 안건에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자기 주식을 소각하지 않는 근거가 주주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지 ▲정관 개정으로 상법을 우회하는 안들을 담고 있는지 등을 면밀히 들여다본단 방침이다. 

    기업들의 긴장감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직접적인 문제 제기에 나선 사례가 많지 않았던 만큼, 이번 정기 주주총회가 의결권 행사 기조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대응 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 전 기업들의 대응 방안도 미리 점검하고 나섰다. 충분한 설명을 들은 뒤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문제점에 대한 개선 가능성도 함께 점검하는 분위기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내 주주권행사 관련 조직은 최근 기업 IR 부서와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한 기업들이 주요 대상이다. 통상 국민연금이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꾸는 것은 특정 사안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거나 향후 의결권을 적극 행사할 가능성에 대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국민연금은 기업들에 ▲사외이사의 독립성 여부나 이사회 운영 구조 ▲최근 정관 개정의 배경 등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IR 담당자와 직접 면담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에는 국민연금이 개별 기업과 사전 접촉을 통해 입장을 확인하는 일이 거의 없었던 만큼 기업들 사이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예전에는 국민연금으로부터 이런 수준의 질의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최근 들어 사외이사 독립성이나 기존에 지적된 지배구조 문제가 왜 개선이 안되느냐 등의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잘 답변해야 하는 만큼 대응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하지 않던 방식의 소통이 시작된 만큼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기조에도 변화가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8월 다수의 기업들의 지분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HD현대 ▲HMM ▲삼양식품 ▲유한양행 ▲한국항공우주 ▲현대글로비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T 등이 그 대상이다. 

    기업들에 적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상법 개정 이후 상당수 기업들이 로펌 자문을 통해 정관을 개정하거나 내부 제도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제도 적용을 최소화할 방법을 모색해 왔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형태로 정관을 개정하거나 세부 제도에 변화를 주는 식의 대응이 적지 않았다.

    국민연금이 이러한 부분까지 들여다보며 질의를 보내고 있는 만큼 기업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상법 개정 이후 로펌 자문을 받아 정관을 설계하고 제도를 바꿔왔는데, 국민연금이 왜 이런 구조로 만들었는지 묻기 시작하면 마땅히 설명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보통 경영상의 목적이란 취지의 설명을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표심에 주총 결과가 좌우되는 상황은 많지 않다. 다만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가 시장에서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효성티앤씨는 이미 국민연금의 견제 대상에 올랐다. 국민연금은 최근 효성티앤씨를 임원 보수 한도 적정성과 관련해 '공개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했다. 자발적 개선 유도에도 충분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사 선임 요건을 '주주총회 개최일 당시 재임 중인 이사의 3분의 1 이상 추천을 받은 자’로 규정하는 정관 변경에도 반대하기로 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표를 던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