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수소 자체 밸류체인 투자 나서자 난감해진 SK E&S
입력 2026.03.18 07:00

SK E&S, 인천액화수소플랜트 가동률 저조
수소 생태계 구축하기에 수요 불충분
블루수소 생산에 LNG 인프라 필요한데
LNG 밸류체인 전반 유동화 나선 SK그룹
현대차그룹은 새만금 자체 밸류체인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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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차그룹이 자체적인 그린수소 밸류체인 구축에 박차를 가하면서 SK E&S의 수소 사업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SK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블루수소 생산에 활용할 LNG 자산 유동화에 집중하는 사이 핵심 고객사인 현대차그룹은 독자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SK E&S는 2021년부터 총 7000억원을 투자해 2024년부터 액화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SK인천석유화학에서 생산되는 부생수소를 공급받아 연간 3만톤의 액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하루 5000대의 수소버스를 충전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다.

    현재 SK E&S는 인천액화수소플랜트의 생산 라인 셋 중 하나만 가동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주요 고객인 현대차의 수요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은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2021년 SK인천석유화학 공장에서 수소전기차 공급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양해각서(MOU)를 맺은 바 있다. 당시 SK그룹은 5년간 18조5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1위 수소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러나 그동안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기에 원활하지 못했던 환경이라는 평가다. 현대차가 수소차를 대량 생산하기에는 수요도 충전 인프라도 부족한 실정이다. 수요처는 수소버스에 한정돼 있으며 국내 수소 승용차는 현대차의 넥쏘가 유일하다.

    SK E&S는 "주요 사업은 전국에 액화수소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며, 특정 회사에 공급을 의지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 충전소는 22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정부 및 지자체와 협의해서 해마다 보급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현대차그룹은 수소 생태계의 수직계열화를 준비하고 있다. 자생 가능한 환경에서 현대차그룹은 수소 공급처에 관한 의존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새만금 지역에 로봇, AI, 수소 에너지, 태양광 발전, AI 수소 시티 등 9조원 규모로 투자한다. 1조3000억원을 투입해 GW급 태양광 발전시설을 구축하고, 여기서 발전한 전기로 수전해 플랜트를 가동해 청정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탄소가 일부 배출되는 블루수소가 아닌 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수소로 밸류체인을 구축한다.

    이례적으로 연중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일 신승규 전략기획실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신 부사장이 '새만금 로봇·수소첨단산업 육성 및 AI 수소 시티 조성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주도해온 만큼,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해당 사업이 탄력받을 전망이다.

    정부도 가세했다. 새만금개발청은 지난 11일 '새만금 로봇수소추진본부'를 출범했다. 현대차그룹이 새만금에 투자한 9조원의 프로젝트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새만금개발청이 새만금을 글로벌 AI·수소 미래산업 도시로 육성하겠다고 계획한만큼 현대차그룹의 투자 지원과 산업 생태계 조성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수소 생태계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후 기존 공급망을 일부 활용하더라도 SK E&S의 역할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SK그룹은 SK온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블루수소 생산에 활용할 LNG 자산을 유동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SK E&S를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거느린 SK이노베이션은 발전, 트레이딩, 광구 등 LNG 밸류체인 전반의 자산을 묶어 유동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LNG 미드스트림 인프라인 보령LNG터미널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당초 SK E&S는 보령 LNG 인프라를 활용해 2028년 연간 25만톤의 블루수소를 생산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를 확장하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 기여할 목표였다. 그러나 2024년 청정수소발전시장(CHPS) 경쟁입찰에서 탈락한 후 관련 사업을 축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여전히 SK E&S 등 SK그룹 계열사가 보령LNG터미널과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있어 LNG 밸류체인 사업의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을 거란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기점으로 그린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방안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현재 국내 수소 정책이 수요처 확보보다 공급망 안정화에 방점을 두고 있는 만큼 SK E&S의 수소 공급 역할이 부각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