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호' 금감원, 진짜 1호는? 은행 ELS 넘어 ETF로 번지는 불길
입력 2026.03.20 07:00

ELS 제재 늦추는 금융위…과징금 놓고 '줄다리기'
금소법 첫 제재 상징성 크지만 이찬진 '1호'는 아냐
가시적 성과 압박 속 금감원, '다음 타깃' 물색
은행 ETF 판매 급증…불완전판매 리스크 재점화 우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제재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1호' 제재의 다음 타깃으로 은행권 판매가 크게 증가한 상장지수펀드(ETF)을 겨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ELS 관련 제재 안건을 상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이번 주나 다음 주 임시회를 열고 3월 제척기간 만료를 앞둔 과태료를 먼저 처리한 뒤 4월 중 과징금 제재를 별도로 확정지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금융위의 고민은 크다. 과징금을 지나치게 크게 확정 지으면 은행들의 행정소송을 자처할 수 있다. 그렇다고 금감원의 당초 제재 수위를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주 금융위와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자리에서 ELS 제재와 관련해 기존 입장을 유지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ELS 제재가 금소법 위반과 관련한 첫 사례라는 상징성은 크다. 하지만 이를 이찬진 원장 체제의 고유한 '1호 사례'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홍콩 ELS 사태가 전임 원장 시절부터 이어진 사안인 만큼, 현 체제의 독자적인 성과로 기록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새로운 '1호 사례'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찬진 원장이 취임 직후 원장 직속 소비자보호 기구를 신설하고 소비자보호자문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조직 개편에 나선 만큼, 현 체제의 선명성을 드러낼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역시 ELS 이후의 화살이 어디로 향할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ETF 판매 관행을 '이찬진호 1호 제재'로 예의주시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금감원은 오는 20일 열리는 소비자위험대응협의체에서 은행권 ETF 판매를 주요 안건 중 하나로 다룰 예정이다.

    은행 창구를 통한 ETF 판매 규모는 올해 들어 급증했다. 연초부터 2월까지 판매액은 16조 원을 넘어 전년 대비 10배 이상 늘었다. ELS 판매가 위축된 자리를 ETF와 펀드가 대체하고 있는 형국이다.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ELS를 판매 중인 우리은행조차 최근 비예금상품 중 ETF와 펀드 판매량이 급증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ELS는 판매 프로세스 개편 이후 과정이 복잡해지면서 판매량이 줄어든 반면, ETF는 기술주 등을 중심으로 판매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당국이 ETF를 예의주시하는 배경에는 잠재적 리스크가 있다. 현재는 주가 강세로 문제가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주가가 급락할 경우 '권유 판매'에 따른 손실 민원이 불완전판매 이슈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이 경우 개별 은행을 넘어 업권 전반으로 논란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찬진 원장 출범 이후 소비자보호 강화를 강조해왔지만 이를 상징할 만한 가시적 조치는 아직 없었다"며 "금감원이 소비자보호 검사에서 최근 판매가 크게 늘어난 상품을 선제적으로 점검할 걸로 예상되는 가운데, 은행들도 '1호 사례'가 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