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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변압기 기업들의 신용등급 상향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전 세계 인공지능(AI) 산업 확대에 따라 반도체 기업들이 먼저 수혜를 입은 가운데, 변압기 제조사들이 다음 등급 상향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전력 인프라 분야는 당분간 공급자 우위가 예상되는 만큼 핵심인 변압기 제조사들의 실적과 등급 상향 전망도 밝다는 평가다.
이달 들어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을 기존 'AA(긍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올렸다. 지난 1월 한국기업평가의 AA+ 등급 상향까지 포함해 국내 신용평가 3사가 모두 SK하이닉스를 초우량 등급 기업으로 평가했다. SK하이닉스 지주사인 SK스퀘어의 신용등급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신용평가사들은 글로벌 테크사들이 AI 서버 확충에 나서면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맞은 점에 주목했다. AI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수요가 늘었지만 높은 공정 난이도와 생산설비 증설 지연으로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HBM 수요를 선점하면서 수익성이 높아진 점도 긍정적으로 봤다.
이런 흐름은 AI 연관 산업 전반으로 이어지는 양상인데, 시장에서는 전력 인프라 기업들도 신용등급 상향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AI 인프라를 확충하는 과정에서 전력 인프라가 병목으로 떠오르면서 관련 기업들의 실적과 재무구조가 빠르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문제 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연초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공개 발언을 통해 연내 반도체보다 전력 인프라 부족이 AI 산업에 더 큰 제약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데이터센터에 쓸 반도체 칩을 비싼 가격에 확보하더라도 전력 공급망을 갖추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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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인프라 관련 기업 중에서도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변압기를 제조하는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북미를 중심으로 초고압 변압기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수주잔고가 빠르게 늘고 재무제표도 개선되고 있다.
AI 산업에서 변압기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변압기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고압의 전기를 데이터센터 내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전압으로 정밀하게 조정하는 기능을 한다. 변압기가 없이는 고성능 칩을 이용할 수 없다 보니 변압기는 AI 산업에서 '제2의 반도체'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
AI 산업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의 경우 '전력망 노후화'와도 맞물려 있다. 거대한 미국 시장의 노후 설비 교체만 가정해도 수요가 충분한데, AI발 호황까지 겹친 셈이다. 변압기가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전략 자산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달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 제2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현지 생산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관세 위험도 낮추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효성중공업은 변압기 수출을 늘리며 수출처도 다변화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변압기를 포함한 전력 솔루션 사업을 북미 전략의 핵심 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유효 신용등급은 A+(긍정적)이고 효성중공업은 A(긍정적), LS일렉트릭은 AA-(긍정적)다. 신용평가사들은 이익창출력 제고, 사업 다각화, 부채비율 하락 등을 3사의 등급 상향 조건으로 꼽고 있다. 모두 이런 조건을 이미 충족하거나 달성해가는 상황이라 3사의 신용등급 상향은 시간 문제란 평가가 나온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일부 기업은 상향 조건을 다 충족했고, 미국 관세 부담도 현지 발주처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다"며 "시점을 정확히 밝히긴 어렵지만 등급 전망과 같이 긍정적인 관점에서 등급 상향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압기 제조사들의 호황이 수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GPU는 주문 후 수개월이면 받을 수 있지만 대형 변압기는 인도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변압기는 숙련공이 수작업으로 코일을 감는 공정이 많고, 설치 과정에도 수많은 전문가가 투입돼야 한다. '사람'을 단기간에 육성하기 어려워 공급이 수요를 따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변압기 생산은 반도체나 자동차처럼 자동화가 어렵고 대부분 수작업으로 진행된다"며 "변압기를 생산할 전문 인력을 키우는 데 몇 년씩 걸리기 때문에 반도체보다 수요에 대응하기 더 빡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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