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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진칼을 둘러싼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호반그룹이 장내에서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거기에 유가 급등에 따른 대한항공 실적 둔화 우려까지 겹치며, 그룹이 감내해야 할 부담이 한층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반그룹은 최근 장내에서 한진칼 지분을 추가 취득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말 기준 호반의 지분율은 18.78%로,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20.56%)과의 격차는 1.78%포인트까지 축소됐다. 1년 전 2%포인트를 웃돌던 격차가 좁혀졌다.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의 경우 보유 지분율이 1% 이상 변동하면 공시 의무가 발생한다. 이번에는 약 0.3%포인트 수준의 추가 취득이 이뤄지면서 사업보고서를 통해 뒤늦게 확인됐다. 시장에선 호반이 공시 의무를 피할 수 있는 1% 미만 단위로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장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델타항공(14.9%)과 산업은행(10.58%) 등 우호 지분을 포함하면 조 회장 측 지분율은 40% 중반대에 달한다. 외형상 격차는 좁혀졌지만 실제 의결권 구조는 여전히 조 회장 측에 유리하다.
변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호반이 지분을 장내에서 매입하는 데 이어, 지난해 말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5.44%를 보유하며 다섯 번째 주주로 등재됐다. 국민연금은 2019년 경영진 일가에 주주가치 회손이 우려된다며 주주권 행사에 나선 선례가 있다. 향후 지배구조 및 주주가치 제고를 둘러싸고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실제 국민연금은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주총 안건에 반대표 행사를 예고했다. 국민연금은 이달 26일로 예정된 대한항공 주주총회 안건인 우기홍 부회장(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과, 같은 날 한진칼 주총 안건인 조원태 회장의 이사 선임의 건에 대해 각각 반대표를 결정했다. 두 경영진이 재직 기간 중 기업가치를 훼손하거나 주주 권익을 침해한 사안에 대해 충분한 감시 의무를 수행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대해서도 각각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상법 개정 이후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한층 적극적으로 변했다. 경영 성과가 부진하거나 주주가치에 반하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언제든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조 회장 측에는 상시적인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호반그룹은 이 지점을 파고들 가능성이 크단 해석이 나온다. 경영 성과에 대한 문제 제기를 명분 삼아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단 것이다.
한진칼의 경영 성과가 지배구조 안정성의 최대 변수가 됐다. 문제는 한진칼 사업의 핵심 축인 항공 부문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점이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항공업 전반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항공유 가격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되면서 실적 추정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90달러 수준에서 200달러까지 치솟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대한항공을 포함한 주요 항공사들의 적자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지만, 추정치를 살펴보려 해도 당장 유가를 어떤 수준으로 가정해야 할지조차 계산이 안서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대한항공의 연간 유류비는 약 4조원, 분기 기준으로는 1조원 안팎이 투입되는데 단순 계산으로 연료비가 두 배 이상 올랐으니 분기 기준 수천억원대 추가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항공사들은 유류할증료 인상 등을 통해 일부 비용을 운임에 반영하고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올해 2분기부터 수천억원대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비용 전가 과정에서 수요 위축이 뒤따르는 점도 부담이다.
가장 큰 문제는 유류 수급 리스크다. 항공사들은 통상 약 한 달치 수준의 항공유 재고를 보유하는데, 4월 이후의 공급 물량 확보가 중요하다.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실적 악화는 더 심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와 업계가 비축유 활용 등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 손실 규모가 단순 비용 증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물론 이번 실적 부담은 외부 변수 영향이 크다. 그런데 경영 환경이 악화된 국면에선 작은 판단 오차도 공격 지점이 될 수 있어 이전보다 정교한 대응이 요구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호반이 실제로 한진칼을 인수하느냐보다,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명분이 얼마나 축적되느냐가 투자자들에게 더 중요하다"며 "외부 변수로 실적이 흔들리는 국면이라 주주 이익에 반하는 작은 행동도 공격 포인트를 제공하는 셈이어서, 한진칼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원태 회장을 두고 최근 '보수'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진칼은 지난해 영업손실 75억2400만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는데 조 회장의 보수는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계열사에서 받은 보수 총액은 145억7818만원으로 전년 대비 42.7% 증가했다. 실적은 후퇴했는데 보수는 확대되면서, 주주들의 시선도 한층 차가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