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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내주 열릴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진옥동 회장의 연임 안건에 대해 다시 한번 '반대' 깃발을 들었다. 투자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내부 지침상 설정된 '도과기간' 원칙에 따라 다소 경직된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수책위 구성이 변화한 것 역시 이번 판단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국민연금이 개정 상법에 걸맞는 '주주 권익 보호'를 의결권 핵심 판단 지침으로 제시함에 따라 선명한 색을 내려는 의도로도 금융권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20일 보건복지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책위)는 진옥동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는 자'에 해당한다며 반대 결정을 내렸다. 2023년 진 회장(당시 신한은행장)의 첫 회장 취임 당시 반대 결정을 내렸던 것과 동일한 사유다. 진 회장은 라임사태와 관련, 2021년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이번 행보가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실무적 절차'라고 분석한다. 국민연금 수탁자 활동 지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특정 제재 이력이 영원한 결격 사유는 아니지만, 일정 기간 동안은 해당 이력을 의결권 행사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부 가이드라인이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국민연금이 주주 가치 보호를 위해 설정한 자체적인 '모니터링 도과기간' 내에서는 과거 이력을 경영 안정성의 주요 참고 지표로 삼는다는 것이다. 주주가 납득할 만한 수준의 정보 공개나 개선 성과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원칙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기계적 판단'은 아니라는 설명이지만, 금융권에서는 지나치게 경직적인 규제 적용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이미 3년 전 라임 사태에 대한 배상이 이뤄졌고 이후 KPI(핵심성과지표)를 수정하는 등 재발 방지책도 적용된 상태임에도 5년전의 경징계를 이유로 아직까지 이사 선임에 반대하는 건 다소 과하다는 것이다.
이번 안건이 기금운용본부를 넘어 수책위로 상정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진 회장의 과거 제재 이력은 법령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중점관리사안'에 해당해 심층 심의 대상이 된다.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 전문위원회 상근 전문위원 3명이 새로 위촉되면서, 신임 위원들이 과거부터 이어진 복잡한 징계 이력과 개선 노력을 단기간에 정밀하게 판단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취임한 검사 출신 한석훈 위원까지 감안하면 1년새 수책위 인원 중 절반 가까이 교체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지분을 많이 보유한 이른바 '익스포저가 큰 기업'은 주인으로서 더 면밀히 보자는 것이 국민연금의 일관된 기조"라며 "기금위 차원에서 판단하기 모호하거나 부담스러운 사안을 수책위로 넘겨 전문적인 검증을 거치게 하는 것도 이러한 원칙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수책위는 이날 의결에서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등 사내이사 선임안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으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고, 감사위원 후보 선임안은 반대했다. HS효성첨단소재 주총에서는 조현상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대해 반대했다. 일반주주의 권익 보호를 내세워 이슈가 있던 경영인의 이사 선임, 이사 수 변경, 보수 확대에 대체로 반대 의견을 냈다.
개정 상법 취지에 맞춰 일반주주 권익 보호에 충실하겠다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지침에 따라 '선명성'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 수책위의 반대에도 진 회장 연임안은 이번 주총에서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점쳐진다.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영향력 있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이 해당 안건에 대해 '찬성' 권고를 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의 외국인 주주 비중이 약 60%에 달하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의 표심이 글로벌 자문사의 권고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한편 신한금융은 올해 주주총회 안건 설명자료에서 "라임펀드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신한은행에 중징계를 부과했으나 진옥동 후보자에 대해서는 경징계를 부과했다"며 "이는 여러 시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임원의 책임이 무겁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라임펀드 사안은 감독당국의 제재와 그룹 차원의 책임 정리가 완료된 사안"이라며 "이에 따라 진옥동 후보자 및 이사회 선임 판단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사안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