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제정 전 급히 나온 국내복귀계좌(RIA), 증권사들은 벌써부터 마케팅 과열
입력 2026.03.23 10:14

세법 개정 전 출시 강행…세제 혜택 소급적용
증권사별 개설 가능하지만 마케팅 '과열'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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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시장 복귀계좌(RIA)가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한 채 우선 출시됐다. 관계 당국은 조속한 입법을 전제로 RIA 개설 시 세제 혜택을 소급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서학개미를 잡기 위한 증권사들의 마케팅 경쟁도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일제히 RIA 계좌개설 서비스를 시작했다.

    RIA는 해외주식을 매도한 후 매도자금으로 국내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감면하는 계좌다. 오는 5월31일까지 RIA에서 매도하면 100% 비과세되며, 이후 매도 시점에 따라 50~80%까지 혜택이 축소된다. 매도 기한은 올해 12월31일까지다.

    현재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법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품 출시를 서두른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조세법률주의 등에 따라 조세 감면 등은 법률에 우선해야 한다.

    다만 법 개정안 내 "법 시행 전에 가입한 경우 이 법 시행일에 가입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을 담는 등 소급적용이 가능하도록 할 전망이다. 가장 가까운 국회 본회의는 오는 31일이며 업계는 여당 주도의 법안 통과를 예상하고 있다.

    투자자는 증권사별로 1개씩 계좌를 만들 수 있다. 애초 1인당 1개 계좌만 개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지만, 여러 증권사의 계좌를 가진 투자자들이 대체 입고를 해야 하는 불편함을 고려해 수정했다. 세액공제는 전체 계좌의 매도 금액을 합해 5000만원까지 가능하다.

    복수 계좌 보유를 허용했음에도 증권사 간 마케팅 경쟁이 시작되는 조짐이다. 주요 증권사 대부분 계좌 개설에 따른 지원금 및 쿠폰 등을 지급하고, 수수료 면제 이벤트를 함께 진행한다. 특히 타사 고객을 끌어오기 위한 '대체 입고 이벤트' 확대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메리츠증권이 다소 과한 마케팅에 나섰다는 반응이 벌써부터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1억원 규모 골드바, 5000만원 규모 현금 등 '경품성'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타 주요 증권사들은 수수료 우대나 1만원대 개설 지원금, 커피 쿠폰 등을 내걸었다. 

    증권사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이 브로커리지 및 자산관리(WM) 부문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는데, 주로 해외계좌 관련 출혈경쟁을 벌이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고 RIA에 집중키로 한 것 같다"며 "RIA는 복수 증권사에 계좌 개설이 가능해 투자자들이 '체리 피킹'(유리한 서비스만 소비하는 현상)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