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철 어피너티 대표 물러난다…'1년 천하' 끝낸 롯데렌탈 고가 인수
입력 2026.03.24 11:44

민병철 대표, 직무 중단하며 퇴진 수순
회수 성과 냈지만 롯데렌탈 M&A에 발목
난이도 높은 거래 비싼 값에 추진했지만
무산 위기에 내부 책임 화살 받게된 듯
민 독주체제, 창업자가 견제했다 시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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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민병철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한국 총괄대표가 회사를 떠난다. 파격적인 조건으로 추진한 롯데렌탈 M&A의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해지면서 민 대표가 책임을 지게 된 형국이다. 민 대표는 작년부터 견제자가 없는 독주 체제를 구축했는데, 이런 상황이 창업주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2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어피너티는 민병철 대표의 퇴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아직 퇴직하지 않았고 휴가 중이란 입장이지만 퇴직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현재 김형준 파트너가 임시 한국 대표직을 맡고 있는데, 조만간 김형준·김의철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 있다.

    민병철 대표는 2007년 어피너티에 합류한 후 2018년 파트너가 됐고, 2023년 한국 총괄대표에 올라 한국 사업을 총괄해 왔다. 이후 장기 난제인 교보생명, 갈등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었던 쓱닷컴  등 투자회수에 성공했다. 최근엔 버거킹재팬을 팔아 수천억원을 출자자(LP)에 돌려줬다.

    회수 성과에도 한국 포트폴리오 전반의 성과는 신통찮다. 락앤락은 실적과 주가 하락에 허덕이다 상장폐지했고, 요기요는 공동 투자자간 협업 부재 속에 내리막길이다. 웍스피어(전 잡코리아)도 볼트온 전략을 펴고 사명도 바꿨지만 인수 때의 기대는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브원 정도가 기대주로 꼽힌다.

    다만 이를 민병철 대표의 책임으로 연결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미 오래 전 다른 파트너들이 주축으로 투자한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포트폴리오 관리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보다는, 해묵은 회수 과제를 해결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는 시각이 많았다.

    작년부터 추진한 롯데렌탈 M&A가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어피너티는 2024년 SK렌터카를 인수했고, 작년 1위 사업자 롯데렌탈 인수까지 나섰다. 대규모 유동성이 필요한 롯데그룹과 자금 소진 압박이 있는 어피너티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거래였다. 경쟁 사모펀드(PEF)들은 어피너티의 과감한 베팅에 입맛을 다셨다.

    거래는 순탄치 않았다. 롯데그룹의 구주는 비싸게, 신주는 싸게 사는 어피너티의 '물타기' 전략이 시장의 비판을 받았다. 정부가 추진하는 주주가치 강화 정책과 배치된다는 평가가 따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개월에 걸친 숙의 끝에 기업결합 불허 결정을 내렸다.

    어피너티는 SK렌터카를 인수한 SPC(Careena Transportation Group Limited)를 통해 롯데렌탈도 사는 구조를 짰다. 1~2위 사업자를 한 통에 담는다는 전략을 너무 명확히 드러냈다는 평이 따랐다. 경쟁당국은 건전한 시장 경쟁을 인위적으로 왜곡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어피너티와 롯데그룹은 아직 거래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에선 이미 끝난 사안 아니냐는 기류도 감지된다. 1위 사업자 인수를 위해 SK렌터카를 내놓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경우 1년만에 헐값 매각이 불가피하고, 1~2위간 시너지 효과도 사라진다.

    이런 상황에 일부 LP들은 불편함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싼 롯데렌탈을 지키기 위해, 비싸게 샀던 SK렌터카를 싸게 파는 논리를 납득하기 어려울 듯하다. 이런 상황은 올해 하반기 이후 새 블라인드펀드 결성에 나설 어피너티 입장에선 달갑지 않다. 

    사실 롯데렌탈 M&A는 처음부터 난이도가 높았다. 거래 추진 초기 복수의 법무법인이 시장을 과점하던 대기업 주도 사업을 한 번에 인수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거래를 강행했으니 내부 책임론의 화살이 이를 주도한 민별철 대표로 향한 모습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안을 어피너티 내부의 지배구조와 연결해서 보기도 한다.

    어피너티는 과거 오비맥주, 하이마트, 더페이스샵 등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그 과정에서 박영택 전 회장과 이철주 회장, 이상훈 한국 총괄대표 등 한국계 파트너들의 존재감이 커졌다. 이후 어피너티가 주춤해지면서 이들이 대거 자리를 떠났고, 창업자 K.Y.탕(Tang) 회장이 복귀를 알렸다.

    탕 회장은 한동안 경영 일선에 물러나 있었지만 대내외 영향력은 유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인사가 공동 창업자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실질은 언제나 1인 독재 체제였다. 탕 회장의 눈 밖에 나면 자리를 보전하기 어렵다 보니, 파트너들은 항상 외부에서도 창업자를 찬양(?)하는 분위기다.

    민병철 대표는 2023년 한국 총괄대표에 올랐다. 기존 주력들이 대거 이탈한 반사 이익을 봤다. 작년 초 마지막 남은 올드보이인 정익수 전 대표 이탈까지 결정되면서 1년간 한국 내 견제자가 없는 독주체제가 구축됐다. 이런 상황이 창업자의 심기를 어지럽혔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어피너티가 최근 내부적으로 민병철 대표에 대한 내부 조사를 진행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비용 집행과 관련한 문제로 거론된다. 다만 어피너티가 영업 비용 지출에 관대한 하우스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문제가 있었다기 보다는 압박을 위한 '수단'이 아니겠냐는 평가가 나온다.

    민병철 대표는 최근 홍콩에서 탕 회장도 접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련의 사안에 대해 담판을 지으려 했을 것이란 시각이 있는데, 현재 상황을 보면 썩 만족스러운 결과는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어피너티 창업자로서는 민병철 대표 독주 체제가 달갑지 않을 수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롯데렌탈 M&A라는 명분이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