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ETF '상장前 편입종목 공개' 꼭 필요할까...커지는 논란
입력 2026.03.24 14:41|수정 2026.03.24 14:42

취재노트
상장 전 포트폴리오 공개 '규제 공백'…정보 비대칭·선행매매 논란 확산
"코스닥 특수성으로 인한 논란…시장 체급 차이서 드러난 구조적 한계"
급팽창한 ETF 시장, 운용 관행 재점검 국면…공시 기준·자율 규율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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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출시 2~3일 전부터 코스닥 액티브 ETF에 어떤 종목이 담긴다고 지라시(미확인 정보지)가 돌았다. 지라시가 한 사람을 거칠 때마다 본인 보유 종목을 추가해서 돌리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라시에 적힌 일부 테마주엔 실제로 수급이 몰리기도 했다."(한 자산운용사 운용역) 

    코스닥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상장 전 편입 종목 공개 관행이 도마에 올랐다. 그간 코스피 대형주 중심 ETF 시장에선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던 방식이지만, 코스닥 시장에선 수급 왜곡 가능성과 정보 비대칭 논란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업계 안팎에선 "투명성과 시장 안정성 사이 균형을 재검토할 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논란의 출발점은 코스닥 액티브 ETF 상장 하루 전 편입 종목 일부가 외부에 노출되면서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웹세미나를 통해 상위 편입 종목 등을 언급했고, 해당 종목들은 애프터마켓과 장외 거래에서 10% 이상 급등했다. 사전 정보가 단기 수급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선행매매 의혹으로까지 번졌지만, 실제 불공정거래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이 같은 문제는 단순 사례를 넘어 구조적 이슈로 확장되고 있다. 자산운용사는 ETF 상장 전 예탁결제원 eSAFE 시스템을 통해 초기 설정을 진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편입 종목 정보가 일부 기관 투자자에게 제한적으로 공유되는 구조다. 개인 투자자와 기관 간 정보 접근 시차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 비대칭 문제가 제기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특정 운용사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을 추종하는 ETF 시장에서는 유사한 정보 공개와 사전 커뮤니케이션이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고, 시장 규모가 커 가격 왜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코스피 중심 운용 관행이 코스닥 시장에 그대로 적용되면서 예상치 못한 변동성을 키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두 시장 규모 차이는 뚜렷하다. 20일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은 약 641조원으로 코스피(약 4779조원)의 7분의 1 수준이다. 중소형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은 ETF 자금 유입만으로도 개별 종목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 코스피에서는 문제되지 않았던 운용 방식이 코스닥에선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ETF 시장의 급성장도 변수다. 최근 1년 사이 국내 ETF 순자산이 약 120조원 증가하며 주요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았고, 이에 따라 개별 종목에 대한 ETF의 영향력도 확대됐다. 운용역을 대상으로 한 기업들의 편입 요청이나 IR 접촉도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액티브 ETF 논란을 두고 이른바 '받글' 형태로 특정 종목이 사전에 공유되거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운용사들도 이러한 시장 환경 변화를 일정 부분 인정하는 분위기다. 투자자에게 운용 전략과 예상 편입 종목을 공유하는 것은 일반적인 과정이지만, 코스닥 시장 특성과 최근 애프터마켓 영향력 확대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인식도 나온다.

    제도적 기반은 아직 미비하다. 자본시장법에는 상장 전 ETF 포트폴리오 공개 시점을 명확히 규정한 조항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당국은 그간 운용사들에 과도한 사전 마케팅 자제를 당부해왔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제한할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번 사안을 제도 미비에 따른 구조적 문제로 보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장 전 정보 공개가 선행매매 등 불공정거래로 이어질 가능성을 점검하는 한편, 코스닥 종목 특성을 반영한 공시 방식 개선 필요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정부가 ‘완전 액티브 ETF’ 도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정보 공개 체계 정비 필요성도 함께 제기된다.

    결국 논의의 초점은 상장 전 정보 공개의 필요성과 범위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효율성 사이에서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그리고 코스닥 시장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 기준이 필요한지에 대한 판단이 요구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시장이 커지면서 과거엔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던 관행이 이제는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단계에 들어왔다"며 "코스닥처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유동성이 낮은 시장에서는 정보 공개 시점과 방식에 대한 기준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