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감수"로 들리는 한전 요금동결…시장선 SMP 2배 폭등까지도 검토中
입력 2026.03.24 16:14

내릴 요금 안 내렸다?…요금체계 한계만 재부각 평
카타르 설비 타격 현실화…SMP 시나리오 검증 한창
±5원 묶인 연료비 연동제…부담 한전에 집중 가능성
이번엔 부채로 못버틸 텐데…갈수록 후대 전가 결정만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전력당국이 2분기 전기요금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면서 한국전력공사의 중동사태 대응 여력에 대한 걱정이 지속된다. 에너지업계에선 중동 리스크가 본격화하면 전력도매단가(SMP)가 200원대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요금 동결이 사실상 '적자 감수'로 읽힌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당초 전력당국은 산업계 부담을 고려해 연료비 조정단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전기요금 인하를 검토해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기후환경요금·연료비 조정단가로 구성된다. 이 중 연료비 조정단가는 직전 3개월 원유,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 가격에 연동돼 있어 정치적 부담이 가장 덜한 항목으로 통한다. 매 분기 한전이 계산하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결정하는 구조이나 변동 범위는 ㎾h당 ±5원 캡(Cap)에 묶여 있다. 

    이번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중동사태 직전인 작년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간 연료비가 산정 기준이었다. 한전 계산으로는 kwh당 -11.2원 수준 인하 요인이 있었으나 환경부 지시로 기존과 같은 최대치 +5원이 유지됐다. 정부 차원에서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인하할 수 있는데도 당장 중동사태나 한전 부담 등을 고려해 동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제 대응이라기보단 연료비 상승에 대처하지 못하는 현행 요금체계의 구조적 한계만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원래 전기요금에 연료비 변동성을 반영한다는 취지로 도입한 항목이다. 근데 ±5원 캡이 씌워져 있으니 연료비 수입가격 상승도 하락도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라며 "전쟁 충격이 한두달 시차로 국내에 반영되기 시작할 예정이다. 지금 내렸다가는 6월 이후가 문제가 될 거라 그냥 묶어둘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에너지 시장에서는 공급 리스크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국제유가나 유연탄 가격도 치솟고 있지만 LNG 가격에 대한 걱정이 가장 앞선다. 사드 알카비 카타르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이란 공격 여파로 LNG 생산설비 14기 중 2기가 손상돼 전체 생산능력의 약 17%(1280만톤)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복구에는 3~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손상된 설비 중 하나는 한국과의 장기 공급계약 물량을 담당하고 있어, 카타르에너지 측의 '불가항력(Force Majeure)’ 선언 가능성도 거론된다. 불가항력은 전쟁, 설비 손상 등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계약 물량을 제때 공급하지 못해도 책임을 떠안지 않는 조항이다. 동북아 LNG 선물가격(JKM)은 이달 들어 2배 이상 치솟아 MMBtu(열량단위)당 20달러선에 머물러 있다. 

    업계에서는 LNG 공급 충격과 여름철 냉방 수요가 겹칠 경우 SMP가 200원대에 재진입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LNG 발전이 한계전원 역할을 하는 국내 전력시장 구조상 SMP 산정에서 LNG 가격 비중이 80~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SMP는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력을 구매할 때 적용하는 가격으로 연료 구입비와 함께 한전 비용 구조의 핵심 변수다. 

    자문시장 한 관계자는 "국내 LNG 사용량 중 70%가 장기계약 기반이고 나머지는 현물 수입으로 채우는데, 카타르 설비 손상으로 변동성이 높은 현물을 사서 채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일본, 대만과 경합해서 LNG 현물을 확보하려 들면 SMP 200원, 300원 식의 스트레스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5원 수준 연료비 연동제로는 대응 자체가 불가하다"라고 지적했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를 그대로 두는 이상 향후 에너지 공급망 충격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계속된다. 연료비 조정단가를 낮추지 않았다 해도 분기별 조정폭이 kwh당 5원으로 제한돼 있는 만큼 SMP가 치솟는 대로 부담이 한전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다. 

    중동사태의 장기화 여부를 떠나 LNG 공급 충격 자체는 이미 일부 현실화한 상황이라 앞으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계속 늘고 있다. 한전은 더 이상 부채를 늘리기도, 정부가 추가로 자본을 투입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료비 상승분이 요금에 전가되지 못하는 구조가 이어질 경우, 한전의 재무 부담이 임계점을 넘어 전력 수급과 시장 기능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 에너지 담당 한 연구원은 "한전의 부채 발행한도를 자본금 2배에서 5배까지로 한시적으로 늘려놨지만, 곧 일몰이 다가올 예정이다. 늘어난 부채는 하나도 못 줄인 상황"이라며 "계획중인 송배전망 투자 역시 특별법으로 한시적으로 민간에 넘겨두기로 해뒀다. 갈수록 요금체계 왜곡 후폭풍을 후대에 떠넘기는 결정만 누적, 반복되면서 정책 부담이 미래로 전가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