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장들의 잇따른 이탈…삼성바이오로직스 R&D 흔들리나
입력 2026.03.25 07:00

초대 소장 이어 민호성 소장도 회사 떠나
성과 압박 부담됐나…임기 1~2년만 사임
"R&D 방향성 없다"…연구직 불만은 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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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개발 부문 임원이 잇따라 회사를 떠나면서 삼성의 바이오 기술 전략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지만 개발 역량은 경쟁사 대비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데다, 주요 임원의 퇴진을 지켜본 연구원들 사이에서 해당 부문 비전이 탄탄하지 않다는 불안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남진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연구소장에 이어 민호성 소장도 이달을 마지막으로 회사를 떠난다는 소식에 연구원들의 동요는 더 커지고 있다. 정 전 소장은 2022년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연구소 초대 소장을 지낸 인사다. 당시 항체약물접합체(ADC), 메신저리보핵산(mRNA) 등 새로운 기술 개발을 추진했지만,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임했다.

    공석이 된 자리는 민 소장이 넘겨받았다. 민 소장은 삼성전자 바이오시밀러 개발 사업에 참여한 핵심 멤버로, 고한승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과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출범 초기 원료의약품(DS) 생산 총괄을 맡아 회사의 시작을 함께했고, 이후 다른 곳으로 이직했으나 2023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위탁개발(CDO)센터장에 선임되며 삼성에 돌아왔다.

    민 소장이 복귀한 데는 CDO 사업에 대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민이 깔려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CDMO 시장에서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신규 기술을 개발해 고객사에 제공하는 CDO 역량이 중요한데, 그동안 생산에 치중해 성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시까지만 해도 해외의 경쟁사와 비교해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이 회사는 민 소장 합류 후 CDO 담당 조직을 센터로 격상하는 등 지원을 확대했다. 부사장인 민 소장이 헤드를 맡으며 신규 CDO 플랫폼을 여럿 공개했고, 사업 역시 생산과 개발 모두 고루 성장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민 소장이 지난해 바이오연구소장을 겸직하고서는 바이오 기술 개발이 부문간 통합, 유기적으로 진행될 것이란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그도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개발 부문 리더십은 다시 바뀌게 됐다. 통상 바이오 기술의 경우 프로젝트를 이끄는 핵심 인력이나 부문 헤드가 어떤 개발 기조를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데, 1·2대 바이오연구소장이 1~2년을 간격으로 연달아 사임하며 기존의 개발 전략이나 연구개발(R&D)이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연구원들 사이에선 R&D 조직이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정의돼 있지 않다는 의견이 이전부터 있었다"며 "소장이 이탈하며 직원들의 불안감도 크고, 조직의 확대, 축소 등을 경험하며 프로젝트 리딩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개인의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삼성 특유의 성과 중심 인사가 R&D 임원의 잦은 교체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는다. CDO 성과를 확대하려면 기술 개발 외 영업(세일즈) 역량이 수반돼야 하는데, 장기적인 측면에서 R&D를 주도하던 임원들에게도 단기 성과 중심의 압박이 이어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서도 성과 중심 인사로 인해 연구소장이 2년 주기로 교체된 바 있다.

    다른 관계자는 "세일즈와 관련한 문제가 있던 것으로 안다"며 "역할이 축소되다 퇴사하는 수순"이라고 전했다. 이어 "연구소를 중심으로 곧 조직 개편이 진행될 예정"이라며 "현재까지 민 소장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뚜렷하게 없으나 개편 이후 신임 소장이 정해질 듯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