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정기주총서 ‘반쪽 승리’…우호지분·임시주총까지 변수 산적
입력 2026.03.25 07:00

이사회 주도권 최윤범 측 우세…이사 선임 5인안 통과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부결, 임시주총으로 과제 이월
'자존심 싸움'된 분쟁…우호지분 변수 속 장기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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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 측이 이사회 주도권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다만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등 일부 안건은 임시주총으로 넘어가며 과제로 남았다. 이번 주총은 양측이 이사 선임 규모와 후보를 두고 맞붙은 ‘표 대결’ 성격이 강했던 만큼, 결과에 따라 향후 양측 전략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과 베인캐피탈 등 최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된 지분의 향방도 변수로 꼽힌다. 

    24일 고려아연은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52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핵심 쟁점이었던 이사 선임 규모는 5인으로 확정됐다. 앞서 최 회장 측은 5인을, 영풍·MBK 측은 6인을 각각 주장했다. 집중투표 방식으로 진행된 표결에서 5인 선임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현재 11대4 구도에서 9대5로, 최윤범 회장 측에 유리하게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 회장 측 우위는 유지됐지만, MBK·영풍 측 이사 2명이 새롭게 진입하면서 이사회 내 긴장감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안건은 부결됐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9월 개정 상법 시행 전 임시주총을 다시 열어야 한다. 해당 의안은 출석 의결권의 53.59%, 발행주식총수의 48.71%의 찬성을 받았으나, 특별결의 요건(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및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찬성)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최윤범 회장 측은 총 14명 중 과반을 확보할 것으로 보여, 원하는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는 구조가 됐다.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이를 완전히 저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이사회 발언권 등을 활용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후 고려아연 측의 ‘백기사’ 동향도 변수로 꼽힌다. 최 회장 측의 우호 지분으로 거론돼 온 한화그룹(지분 7.7%)이 지분 매각을 검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 수준의 지분을 보유한 PEF 운용사 베인캐피탈도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계획 중이며, 해당 지분은 최윤범 회장이 금융사 등 제3자를 통해 확보할 가능성이 높게 거론된다. 현재 증권사인 메리츠증권이 LOC(인수확약서)를 제출하는 등 유력한 조력자로 거론된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 구조는 최윤범 회장 측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간 격차가 크지 않다. 최 회장 측 37.9%(최윤범과 특수관계인, 한화, LG화학, 크루시블JV 등)와 MBK·영풍 측 41.1%, 국민연금 5.2%, 현대차그룹 5%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5.2%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외국인 투자자 지분이 분산돼 있는 구조다.

    이번 주총에 앞서 캐스팅보트로 꼽힌 국민연금은 일부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미행사’ 방침을 밝히며, 개별 기업 분쟁에 대한 직접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기존 기조를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시주총을 통해 경영권 분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양측 모두 향후 전략 재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앞서 연초 제련소 건설을 위해 미국 정부 등을 10% 지분을 가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등 강수를 둔 바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추가 대응 카드에도 관심이 쏠린다. MBK파트너스·영풍 측 역시 다음 임시주총을 앞두고 대응 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갈등 동력이 다소 약화된 만큼 지분 엑시트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3년차에 접어든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자존심 싸움’으로 번진 상황이어서 쉽게 종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 등 백기사로 거론되는 지분들도 향후 입장을 단정하기 어려워 예측이 쉽지 않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실적을 통해 지분을 유지하면 경영권을 지켜낼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고, MBK와 영풍 역시 지금까지 투입한 비용과 노력을 고려할 때 쉽게 물러나기 어려운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