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R 첫발 뗀 SK하이닉스, 이미 오른 몸값에 '실익 불투명' 지적도
입력 2026.03.25 11:58

미국 당국에 ADR 등록신청서 비공개 제출
마이크론처럼 현지 가치 받겠다 취지인데
이미 많이 오른 주가에 '실익 모호' 지적도
주가 안정적으로 받칠 투자자군 구성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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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하이닉스가 주식예탁증서(ADR) 방식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하기 위한 절차에 나섰다. 미국 현지 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을 누리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미 SK하이닉스의 몸값이 이미 많이 오른 만큼 시장을 설득할 정교한 전략을 짜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5일 SK하이닉스는 전날 미국 ADR 상장을 위한 등록신청서(Form F-1)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대상으로 ADR 발행 주관사 선정 절차에 나서기도 했다.

    ADR은 미국 외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해 거래할 수 있도록 원본 주식을 담보로 발행한 교환권이다. 미국 현지 투자자들이 달러로 국내 주식에 투자하기 용이해지고, 미국의 높은 밸류에이션도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작년 말부터 SK하이닉스의 ADR 발행 가능성이 점쳐졌고, 이달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미국 행사에서 이를 언급하면서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회사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자기주식을 보유 또는 처분할 수 있다'는 정관 변경안을 추진해 왔다.

    SK하이닉스는 회사는 연내 ADR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공모 규모와 방식, 일정 등 세부 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ADR 상장 규모가 10조~15조원 수준이며, 자사주 매입보다는 신주 발행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미국 당국과 논의가 본격화했는데, 이 과정에서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주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대표 우량기업의 미국행 이벤트인 만큼 다른 IB들도 일감을 따낼 기회를 잡기 위해 촉각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7~8월경 ADR이 발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시장 진출에 따른 주가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신주 발행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이날 한국거버넌스포럼은 사업 호조로 잉여현금흐름이 넘치는데 기존 주주가치를 희석하는 신주 발행 방식을 택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회사 전체 발행주식수의 10~15%를 취득해 일부를 소각하고 나머지는 미국에 상장하라고 권고했다.

    일각에선 SK하이닉스 ADR의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마이크론을 주요 비교군으로 삼고 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기술력은 다소 밀리지만 AI 수퍼사이클 국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달 발표한 실적도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SK하이닉스는 이미 고공행진하고 있다. 작년 실적 기준 전통적인 평가 지표에선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비슷한 수준이다. 호황이 계속된다면 ADR 발행 때는 SK하이닉스가 굳이 마이크론과 얽혀 인정받을 필요성이 줄어들 수도 있다.

    우리 기업이 미국에 진출한다고 주가가 오르는 과거의 성공 사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ADR 발행이 성공하려면 시장 상황을 정교하게 분석하고, 주가를 받쳐줄 투자자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를 다변화하기 위해 미국계 외 IB가 힘을 보탤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이미 SK하이닉스 기업가치가 높아져 미국 마이크론과 비슷한 수준이고, 앞으로는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며 "ADR을 하면 주가가 오른다는 콘셉트는 먹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를 어떻게 꾸릴지 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