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다음은 데이터센터" 시장 호황에 브로커 활개...'옥석가리기' 과제로
입력 2026.03.26 07:00

데이터센터, M&A 시장 대체 투자처로 부상
전력·인허가·수요 확보 등 성사 난이도 높아
쏟아지는 딜 제안에…'옥석 가리기'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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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PEF) 등 대형 투자사에 데이터센터 관련 딜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 전반적인 M&A 시장에서 대형 거래가 줄고 기업들의 투자 의사결정이 보수적으로 변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성장성이 부각된 데이터센터가 대안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크레딧·스페셜 시추에이션 등 대출 성격이 강한 펀드들이 데이터센터 딜을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한 구조화 금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도가 높다는 평가다.

    데이터센터가 최근 M&A 시장의 ‘핫딜’로 부상하기 전에는 물류센터가 대표적인 부동산 투자 자산이었다. 이커머스 성장세에 힘입어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개발이 확산됐고, 당시에도 브로커들을 중심으로 관련 딜이 활발하게 유통됐다.

    그러나 물류센터는 공급 증가로 수요가 점차 둔화됐고, 일부 해외 기업 수요 기대감으로 일시적인 반등이 있었지만 추가적인 성장 모멘텀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유망 투자처로 부상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그만큼 ‘옥석 가리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글로벌 PEF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관련 딜 제안이 쇄도하고 브로커들도 넘쳐나는 상황”이라며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모든 거래가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결국 어떤 딜이 실제로 수익을 낼지는 크게 갈릴 수밖에 없다”면서 “좋은 거래를 선별해내는 투자자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구축 자체는 기술적 난도가 높지 않다는 평가다. 서버를 수용할 건물과 전력·냉각·네트워크 설비를 표준화된 방식으로 조합하는 구조로, 시공 및 설계 역량만 확보되면 물리적 구축은 비교적 빠르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데이터센터 사업의 진입 장벽이 낮다고 보기는 어렵다. 업계에서는 장기 수요와 함께 전력·입지·인허가 등 핵심 자원 확보가 가장 큰 난관으로 꼽힌다. 특히 대규모 전력 수급이 가능한 부지를 선점하는 문제와 각종 인허가 절차가 사업 추진의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또한 무엇보다 안정적인 장기 수요자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사업 초기부터 확실한 앵커 테넌트로 확보했는지 여부가 주요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브로커나 딜 제안 주체들은 글로벌 대형 테크기업 등 주요 고객을 장기 수요자로 확보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지자체 인허가가 필수적인 사업 특성상,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와의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자료를 함께 제시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같은 마케팅의 실질성과 신뢰성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의구심을 갖는 시각도 적지 않다.

    데이터센터 시장은 전력·입지·인허가 등 핵심 자원이 제한된 가운데, 실제 수요를 창출하는 대형 사업자와 빅테크 기업 중심으로 협상력이 집중되는 구조다. 특히 장기 임차를 기반으로 한 선계약(프리리스)이 일반화되면서 사업 초기부터 주요 조건이 수요자 요구에 맞춰 설계되는 경우가 많아 ‘수요자 우위’ 시장이 형성돼 있다.

    이렇다 보니, 심지어 일부 협의가 진행된 사례가 있더라도 이를 ‘장기 수요자 확보’로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통상 계약 구조상 수요자는 사업자 변경이나 입지 이전이 가능해 프로젝트가 상당 부분 진행된 이후에도 계획이 변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건설이 진행 중이더라도 수요자의 전략 변화에 따라 계약이 무산되거나 조건이 변경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해외 사업자들은 한국을 데이터센터 구축에 최적의 입지로 보는 분위기가 강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 내에서는 동남아 등 대안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분산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에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에 대한 수요 역시 아직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대형 IT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부지 확보부터 데이터센터 구축까지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M&A 시장에서 거래 여지가 제한적이기도 하다”며 “다만 기업들이 직접 나서는 경우에도 지역 주민 반발 등 외부 변수로 계획이 변경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데이터센터 역시 다양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