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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주요 증권사들이 관련 법 소급 적용을 전제로 국내시장 복귀계좌(RIA)의 '조건부' 개설을 시작했다. 환율 안정의 정책 기조와 시장 선점 경쟁 속 마케팅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다만 RIA 외 다른 계좌로 해외 주식을 살 경우에도 세제 혜택이 줄어드는데다, 국내 주식 혹은 현금 1년 보유 강제 등의 까다로운 조건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반응은 아직 미지근하다는 전언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RIA는 전날 기준 약 2만5000개의 계좌가 개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2일 출시된 이후 사흘 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출시 초기 가입자가 1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히며 "2021년 3월 도입된 중개형 ISA가 가입자 1만명 달성까지 한 달 이상 소요된 것과 달리, RIA는 3영업일 만에 동일 수준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각 증권사의 계좌 내 해외주식 매도 및 국내주식 매수 규모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법적 근거가 정비되지 않은 만큼 관망세가 짙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의 경우 이날 오전9시 기준 RIA 계좌 잔고는 300억원으로 계좌당 평균 잔고는 750만원 수준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제도 안착 여부와 시장 추이를 확인하기 위해 일단 소액으로 먼저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커진 점도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상품이 출시되긴 했지만, 세제 혜택은 작년 12월23일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당시 보유했던 해외주식 규모만큼만 세금이 감면되며 납입 한도는 5000만원이다. 이 시점 이후 해외주식을 매수했다면 감면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보유 자산에 대한 절세 혜택까지 희석하게 된다.
RIA는 전체 순매수 금액에 따라 공제 비율을 계산한다. 올해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해외주식이나 해외 ETF 등을 매수할 경우 해당 금액은 '순매수 금액'으로 집계되고, 이 금액만큼 세제 혜택 대상 금액이 줄어들게 된다. 개인연금계좌, 개인형퇴직연금(IRP), 퇴직연금(DC) 계좌 등을 통해 투자한 금액도 모두 포함된다.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RIA를 통해 어떤 투자 결정을 내릴 지가 관심이다. RIA 내 자산은 국내 상장주식과 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예탁금으로 두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국내에 상장된 해외 ETF나 국내주식 혼합형 펀드, 국내 채권형 펀드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RIA 자금을 1년간 인출하면 안 된다. 이 기간 중 국내주식이나 ETF를 사고 파는 것은 상관없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선 수시로 출금할 수 있다. 일각에선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개별 종목보단 ETF 선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경우 국내 시장에 대한 불신이 있기도 하고, 작년 말부터 변동성이 극심해진 상황이라 1년간 묶어두기에 개별종목은 안전하지 않다는 시각이 있다"며 "국내상장주식만을 담은 ETF가 이미 많이 나와있는 상황이라 RIA에서 투자할만한 선택지는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RIA는 아직 법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다. 세금 감면을 위해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현재 국회에 계류된 상황이다. 이달 중 본회의를 개최해 통과시키는 수순이 예상되지만, 그때까지는 법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증권사들도 상품 설명서에 법 개정 결과에 따라 혜택이 변하거나 출시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