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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지주 회장들이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잇달아 연임에 성공하며 일단 급한 불을 끄는 데 성공했다. 당국의 '셀프 연임' 지적 등으로 지배구조 관련 불확실성이 주목받기도 했지만, 높은 찬성률 속에 한고비를 넘긴 모양새다.
다만 같은 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배구조에 대한 강력한 점검과 감독 방침을 재차 천명하면서, 금융권은 연임 성공의 안도감과 함께 향후 가해질 당국의 고강도 압박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KB·신한·BNK·JB·IM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들이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신한금융과 BNK금융은 각각 진옥동 회장과 빈대인 회장의 연임을 확정하며 '2기 체제'를 공식화했다. 앞서 지난 23일 주총을 연 우리금융 역시 임종룡 회장의 연임을 확정지었다.
이번 주총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 논의 과정에서 회장 연임 시 '특별결의'를 도입하는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연임 가도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실제 주총 안건에는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안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기존 체제가 유지됐다.
주요 후보별 찬성률을 살펴보면,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국민연금의 반대(라임펀드 제재 이력 등 사유)에도 88.0%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찬성 권고에 따른 외국인 주주의 지지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빈대인 BNK금융 회장은 91.9%,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99.3%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연임에 성공했다.
이처럼 금융지주 수장들이 줄줄이 '2기 체제'의 닻을 올린 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배구조와 관련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연임 과정 자체에 대해 문제 삼진 않겠지만, 향후 이사회 운영과 경영 승계 절차 등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엄중히 평가하겠다는 일종의 '옐로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사실상 주총 통과라는 '한고비'를 넘긴 회장들에게 당국이 곧바로 새로운 고비를 예고하며 긴장의 끈을 조인 셈이다.
이 원장은 당국이 주총 전 지배구조 개선안의 선반영을 주문했음에도 지주들이 이를 미반영한 것에 대해 "현재 개선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이번 주총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한국 금융사 지배구조의 큰 틀을 재정비하는 과정"이라며 향후 고강도 압박이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4월 중 모범관행을 입법 수준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검토 중"이라며 "10월로 예상되는 법 개정 전이라도 금융지주들이 정부의 방향성을 준수할 것으로 예상하며, 감독 당국도 이 부분을 강력하게 점검·감독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법 시행 전이라도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것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20일 임기 만료를 앞둔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강화된 지배구조 개선안의 실질적인 '1호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며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편, 이번 BNK금융 주총에서 주주제안으로 올라온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도입 안건은 이사회와 ISS의 반대 권고 속에 부결됐다. 반면 주요 금융지주들이 상정한 자본준비금 감액을 통한 비과세 배당 안건은 모두 통과돼 주주환원 정책 강화에 힘을 실었다.
하나금융은 이번 주총에서 본점 소재지를 서울 중구에서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로 변경하는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관 변경 효력은 오는 9월 30일부터 발생하며, 이로써 하나금융의 본격적인 '청라 시대'가 열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