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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자본시장의 꽃이라 불리던 리서치센터가 '비용 부서'라는 차가운 시선을 견뎌온 것도 벌써 여러 해다. 하지만 최근 국내 증시 활황과 거래대금 증가 흐름 속에서 리서치센터의 역할이 다시 부각되는 분위기다.
그간 상대적으로 비중을 두지 않았던 일부 증권사들마저 ‘리서치 폴(Poll)’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베스트 애널리스트 순위가 브로커리지 수익 확대를 위한 유효한 마케팅 수단이자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다시금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 내부에서는 리서치 폴 순위를 둘러싼 긴장감이 이전보다 높아진 분위기다. 증시 호조로 브로커리지 수익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에게 소구력이 높은 애널리스트에 대한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리서치 폴 순위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며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를 유지하던 하우스들조차 최근에는 관련 전략을 재정비하는 흐름이 감지된다. 실제로 한 대형 증권사 대표는 최근 공식 석상에서 자사 연구원들의 리서치 폴 진입 규모가 부족하다는 점을 직접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분위기를 보면 변화는 보다 분명하게 감지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그간 한국투자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 등은 리서치 폴 순위에 대한 압박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었다”고 전하면서도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브로커리지 수익이 확대되면서 베스트 애널리스트 보유 규모를 회사 경쟁력의 한 요소로 보고 관리하려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전했다.
이러한 변화는 리서치센터의 위상 변천과도 맞닿아 있다. 2000년대 초반 펀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만 해도 리서치센터는 증권사의 핵심 조직으로 평가받았다. 브로커리지 중심의 사업 구조 속에서 법인 영업의 비중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펀드 열풍이 잦아들고 증권사의 수익 모델이 부동산 PF를 포함한 IB(투자은행) 부문으로 이동하면서 리서치센터는 점차 '비용 부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기관투자자의 중심축이 액티브 펀드에서 ETF 등 패시브 자금과 연기금으로 옮겨간 점,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주식으로 눈을 돌린 점도 리서치센터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에는 분위기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증시가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보이고 거래대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리서치센터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20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만 21조829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역대 최대 기록인 22조3384억원(2021년 1월)에 근접한 수준이다. ETF 등을 포함할 경우 올해 1월 이후 누적 순매수 규모는 최대 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쏟아지는 유동성 속에서 갈 곳 몰라 하는 투자자들에게 리서치센터의 리포트는 다시금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이에 발맞춰 증권사들은 리서치 조직을 리테일 영업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하나증권이 지난 2월 리서치센터 내에 리테일 고객 전담 '리서치채널전략팀'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관 중심의 분석 서비스를 자산관리(WM) 영역으로 확장해 초고액자산가(VVIP)를 공략하겠다는 포석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영향력이 커진 핀플루언서(금융 인플루언서)들과 협력해 마케팅 시너지를 내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실적 기대감 역시 리서치센터의 존재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부적으로 올해 영업이익 3조원 달성을 거론할 정도로 분위기가 고조된 것으로 전해졌고, 미래에셋증권 역시 2월까지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5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 유동성이 풍부해진 시장에선 신뢰할 만한 정보가 곧 수익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를 생산하는 리서치센터의 가치가 다시금 실리적으로 재평가받는 모양새다.
물론 연구원들의 고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리서치 폴 경쟁이 치열해지면 단순히 리포트를 잘 쓰는 것을 넘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대외 영업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어 부담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적어도 예전처럼 ‘비용만 축내는 부서’라는 시선에서는 다소 벗어난 분위기”라고 말했다.
리서치센터의 위상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변화한 시장 환경 속에서 역할과 기능을 다시 입증해야 할 시점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