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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AI 생성 이미지(편집)
LG화학이 나프타 확보 문제로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가 업황 부진에서 원료 부족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LG화학을 시작으로 2분기부터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LG화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니 석유화학 업계에서도 리스크가 어디까지 번질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23일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 2공장을 일시 가동중단한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중동사태로 인한 나프타 수급 차질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들며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LG화학이 보유 NCC 중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설비부터 가동을 줄여 전체 효율을 유지하려는 조치로 보고 있다. 여수 1공장(120만톤), 대산공장(130만톤) 등 나머지 설비 가동에 집중하면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동중단의 직접적인 원인이 나프타 확보 문제에서 출발한 만큼 구조적으로 실적 타격을 벗어나기 어려울 거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LG화학은 정유사 업스트림을 보유하지 않은 NCC 기반 석유화학사로 원재료 대부분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여수 지역은 인접 GS칼텍스에서 받아오는 나프타를 제외하면 상당 부분을 수입 나프타에 의존해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같은 여수 산업단지 내 여천NCC와 마찬가지로 나프타 수급 20%가량은 GS칼텍스에서 확보하되 나머지 80%는 수입 물량으로 파악 중"이라며 "여천NCC도 일부 캐파(Capacity)의 가동중단에 돌입했고 롯데케미칼은 정기보수에 돌입한 상황이라 여수 산단 전반이 나프타 공급 쇼크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나프타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나머지 공장에 집중하는 전략도 성패를 가늠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나프타 수입 물량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으로 파악된다. 국내 나프타 수급의 절반가량은 수입에 의존하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하는 중동산이다. 나머지 동남아 물량 역시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정유사들이 생산하는 구조다 보니, 호르무즈 해협이 제 기능을 못하면 동반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동사태로 수입 나프타 전반이 사실상 영향권에 들어간 셈이다.
국내 석화 업계가 기대는 마지막 안전판은 정유사들의 내수 나프타 공급 능력이다. 정부도 나프타 수출 제한과 비축유 활용 등을 통해 내수 배분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정유사들 또한 원유 수입의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 조달이 흔들릴 경우 내수 생산 기반의 안전판 역시 함께 위축되는 구조다.
증권사 화학 담당 한 연구원은 "지금 석화 업계 전체 가동률이 10%가량 하락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당장 원가 부담이나 스프레드, 마진을 계산하는 건 부차적 문제"라며 "4월부터 공급 쇼크가 본격적으로 드러날텐데, 원유나 나프타를 제때 확보해서 공장을 굴릴 수 있느냐의 문제가 코앞에 닥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태가 길어질수록 비축유나 나프타 재고는 빠르게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선 NCC를 정상적으로 지속 가동하기 위해선 2주 안팎의 재고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현재와 같은 공급망 차질이 이어질 경우 공장 단위로 가동을 중단해 강제로 생산량을 조절하지 않고선 적정 재고를 유지하기 어려울 거란 우려도 나온다.
기존 공급망이 전쟁 직전 수준으로 정상화하기까지는 6개월에서 9개월가량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분석도 많다. 그러나 사태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중동지역 내 원유·가스 생산설비의 추가적인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불과 두달여 전까지도 공급과잉 문제로 석화 구조조정 속도를 앞당겨야 한다고 했는데, 순식간에 공급 쇼크 국면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기간산업이다 보니 NCC 가동중단이 다운스트림 축소로 이어지면 IT, 가전 등 세트사업부터 자동차 산업까지 제조업 전반 생산차질로 이어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LG화학을 비롯한 주요 석화 업체들은 4월 이후 가동률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단순히 수익성이 떨어져 감산하는 것이 아니라 원재료 확보 불확실성 자체가 생산계획을 좌우하는 상황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적 측면 부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원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가동률 하락이 겹치면서 고정비 부담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일부 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공급 차질에 따른 가격 반등이 전면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공장을 가동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에 들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다른 한 관계자는 "정부도 3월 중 부처 통합 등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보니 대응체계 가동이 한박자 늦어진 감이 있어 보인다"라며 "차량 5부제 시행 등 수요억제 정책이 기름뿐 아니라 국내 플라스틱 소비 전체에 적용돼야 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한다. 업계에서부터 최악의 상황까지 일찌감치 검토해야 할 거란 목소리가 한창"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