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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우리은행이 보유 중인 케이뱅크 잔여 지분에 대한 회계 분류 방식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케이뱅크 지분을 지분법에서 자본계정인 기타포괄손익자산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최근 케이뱅크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실익'에 대한 계산이 복잡해졌다.
최근 케이뱅크 주가는 6000원대 초반으로, 공모가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지난 5일 8300원에 상장해 상장 당일 종가 8330원을 기록한 뒤 하락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상장 첫날 장중 한때 9880원까지 치솟으며 기대를 모았지만 이후 차익 실현 매물과 시장 변동성이 겹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우리은행도 케이뱅크 지분 회계 처리 방식을 두고 고민이 깊어진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현재 보유한 케이뱅크 지분 9.22%를 지분법 상 관계기업주식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통상 지분이 20% 미만일 때 지분법으로 분류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사외이사 파견 등 '유의적인 영향력'이 있다는 추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최근 케이뱅크 상장 이후 6개월 보호예수로 의무보유를 약속한 3739만4917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전량 장내 매도하고, 기존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우리은행 부사장 출신인 이동건 사외이사가 임기 만료로 케이뱅크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나는 등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의 케이뱅크 주식 또한 지분법이 아니라 일반 금융자산으로 재분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방법론을 놓고서는 고심하는 분위기다. 기존 검토했던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FVOCI)'으로의 재분류 실익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그간 케이뱅크 지분을 지분법상 관계기업으로 분류해 왔다. 이는 케이뱅크 순이익과 우리은행 순이익이 연동되는 형태다. 그러나 케이뱅크 IPO 이후 주가 변동성이 커지자,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이를 자본 항목으로 묶어 순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는 FVOCI 전환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전환 시점이다. 회계 규정상 계정을 옮기려면 전환 시점의 공정가치(주가)로 평가를 거쳐야 한다. 만약 장부가보다 낮은 가격에서 FVOCI로 갈아타게 되면, 그간의 평가손실이 해당 분기 당기순이익에 '손실'로 최종 확정된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은행의 케이뱅크 주당 장부가는 1주당 6172원이다. 만약 케이뱅크 주가가 약 7000원 수준일 때 FVOCI로 계정을 변경할 경우 약 400억원의 이익을 반영할 수 있지만 6000원 이하일 경우 손실이 된다.
케이뱅크 주가는 지난 24일 종가 기준으로 가장 낮은 6120원을 기록했는데, 이를 기준으로 케이뱅크 주식 3739만4971주를 FVOCI로 재분류해 이익을 확정지을 경우 재평가 이익은 45억원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다. 만약 케이뱅크 주가가 6000원 이하로 하락할 경우 손실을 확정지어야 한다.
우리은행의 고민은 현재의 주가 하락뿐만 아니라 향후의 주가 '상승' 시나리오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상장 초기 확약 물량이 풀리는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로 인해 당분간 주가가 공모가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 시기를 지나 케이뱅크 주가가 경쟁사인 카카오뱅크 수준인 PBR 1.6배(약 7600원)까지 반등할 경우, 우리은행은 총액으로는 약 600억 원 이상의 추가 순이익을 거둘 기회를 영영 잃게 된다. 만약 지금 FVOCI로 계정을 재분류해 버리면, 나중에 주가가 아무리 올라도 그 차익을 은행의 실적(순이익)으로 환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지분을 FVOCI로 재분류하면, 향후 케이뱅크 주가가 급등해 지분을 전량 매각하더라도 그 차익을 '당기순이익'으로 잡을 수 없다는 점도 고민이다. 오로지 자본 계정 내 이익잉여금으로만 쌓일 뿐, 은행의 영업외수익이나 비이자이익 실적으로는 환원되지 않는다.
결국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현재의 주가 하락분을 감내하더라도 지분법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부분이 고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향후 케이뱅크의 주가가 회복될 경우, 그 반등 이익을 고스란히 은행의 '실적 카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이 케이뱅크와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정리하고 연착륙을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락업(Lock-up) 물량을 제외한 지분 매각이 이뤄진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향후 락업 해제 이후 우리은행이 케이뱅크 지분을 매각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케이뱅크 지분을 FVOCI로 분류할 가능성이 높지만, 주가가 장부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어 재분류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만큼 재분류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현재 케이뱅크 주식은 지분법상 관계기업주식으로 인식하고 있다"라며 "재분류와 관련해서 아직 정해진 사안은 없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