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이 회사 빚 갚느라 허덕이는 '한화式 파이낸셜스토리'
입력 2026.03.31 07:00

Invest Column
한화솔루션 2.4조 유상증자 추진
주총 직후 기습 발표에 주주들 부글부글
빚 갚는데만 주주돈 1.5조…오너家 연봉은 늘어
오션 지분 사느라 3.6조 증자 추진한 한화에어로
논란 속에서도 3남 지분 승계는 착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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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솔루션 유상증자의 논란은 경영진의 사업 실패를 주주들이 짊어지는 모습으로 비쳐진다는 게 핵심이다. 주주들로부터 조달하는 2조4000억원 상당수는 빚을 갚는데 쓰이고, 이마저도 회사에 유의미한 부채 감축 효과가 나타날지 미지수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5년전만해도 연간 7000억원을 벌어들이던 한화솔루션은 2년전인 2024년부터 적자로 전환해 지난해엔 36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불가항력적인 대외변수로 인한 케미칼 부문의 부진을 차치하더라도, 회사 주력인 태양광 사업 역시 성장세는 확신하기 어렵다. 현금창출력이 약화하고, 재무부담은 늘어가는 탓에 현재로선  'AA-'의 신용등급도 위태롭다.

    회사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을 때 주주들이 고통을 분담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회사가 조 단위 자산을 매각했음에도 재무상황이 악화했고, 더 이상 외부로부터 자금 차입이 어렵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기에 앞서 오너와 경영진은 사실상의 경영 실패에 대한 통렬한 반성은 물론 책임지는 모습을 확실히 보여줘야 했다. 주주들의 박수를 받고 주총을 끝낸지 불과 이틀만에 돌연 "전체 주식의 30%가량을 증자를 하겠으니 돈을 내시오"란 메시지를 던지는 회사를 '예측 가능한 기업'이라고 부르긴 어렵다.

    갑작스런 유증 발표에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자 김동관 부회장과 경영진은 42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수한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최고 경영진이 앞장서서 회사의 미래 가치에 대한 책임경영을 실현하겠단 차원"이라고 설명했는데, 유증을 성사시키겠단 의지(?) 표현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긴 어려워 보인다. 사외이사들의 몫까지 합쳐 약 50억원 남짓의 투입 자금은 전체 유증 규모의 0.2%에도 못미친다.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해 한화솔루션으로부터 27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2021년 회사가 7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당시보다 7억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한화솔루션 미등기 임원인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한화솔루션으로부터 약 50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2021년 보수는 27억원 수준이었고, 회사의 실적과는 무관하게 매년 규모가 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재계 총수 가운데 연봉이 가장 많은(248억원) 인물로 기록됐다. 보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오너와 경영진이 회사의 위기(?)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진정으로 책임 질 의지가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중인 회사가 경영진에게 합리적인 보상을 하고 있을까. 투자자들의 의구심은 국민연금의 스탠스에서 드러났다.

    국민연금은 한화솔루션 주총에서 "보수한도와 금액이 경영성과 등에 비추어 과다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보수 한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과거 한화그룹의 '파이낸셜스토리'엔 이번 한화솔루션 유상증자와 유사하게 써내려간 사례가 등장한다.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로부터 한화오션 지분을 매입(1조3000억원)한 직후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그룹 3남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가족회사, 한화임팩트는 한화에너지의 자회사다. 당시 한화오션의 2대주주이자 일반 투자자들 주식 비중이 높은 한화시스템이 보유한 주식은 인수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그 즈음 한화에너지는 기업공개(IPO)를 위한 제반 작업에 착수했다.

    ㈜한화는 물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주들 역시 고통을 분담해야 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반발이 일었다. 결국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주배정 증자규모를 줄이는 대신 한화에너지와 그 계열사를 대상으로 1조300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증자를 결의했다.

    결국엔 한화에어로는 한화오션 주식과 한화에어로의 주식을 한화에너지와 맞교환하는 모양새가 됐다. 명실상부 한화그룹의 주력사인 한화에어로는 실적과 배당, 사업 전망 등을 고려할 때 존재감과 무게감은 한화오션과의 비교대상이 아니다. 

    애초 가족회사 한화에너지가 주력인 한화에어로의 지분을 취득하는 건 어려운 일로 여겨져왔지만, 유증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서 오너일가는 오히려 실리를 챙길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 당시 한화에너지의 3자 배정 증자를 두고 한화그룹은 "시장과의 약속을 준수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조치"라고 자평했다.

    한화에어로의 증자 발표(2025년 3월20일) 이후 한화그룹 계열사 주가는 급락했다. ㈜한화는 물론 그룹사의 재무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 투자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증자 발표 열흘 후(3월31일) 김승연 회장은 ㈜한화 지분 11.3%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한화의 주가는 단 2영업일을 제외하고, 이제껏 한번도 증여를 결정할 당시 종가(4만950원)보다 떨어진 적이 없다.

    3남의 지분 승계는 오랜 기간에 걸쳐 천천히 그리고 치밀하게 준비돼 왔다. 한화에너지는 2024년 ㈜한화의 주식에 대해 공개매수를 추진했다. 당시 할증률은 10% 수준. 인접한 시기에 진행된 다른 기업들의 공개매수 할증률은 약 20~40%에 달했다. 한화에너지, 즉 오너일가의 ㈜한화를 통한 지배력 확대 목적이 분명한 거래였지만, 1800억원에 불과한 한도와 낮은 할증률에 주주들은 손익계산을 위한 계산기를 두드려야했다. 600만주 매수를 목표로 한 한화에너지는 결국 390만주를 사들이는데 그쳤지만, 오너일가는 낮은 가격에 ㈜한화 지분을 사들이는데는 성공했단 평가를 받는다.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그리고 오너회사 한화에너지 추진한 경영권 승계와 자본시장 거래의 적합성은 창립 이래 역대급 호황이란 시기적 배경에 가려져있다. 고공행진하는 주가와 실적에 주주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묻혀있다. 

    한화그룹의 주주와 투자자들은 과연 회사가 써내려가는 파이낸셜스토리의 주인공일까, 아니면 몇몇을 위한 조연 또는 기억에도 남지 않을 엑스트라에 불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