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2000억 물린 서울역 개발사업…KB증권 구제시도도 '무산'
입력 2026.03.31 15:34|수정 2026.03.31 15:35

서울역 개발 EOD…KB계열 2000억 익스포저 부담
KB증권 나섰지만 투심위서 리파이낸싱 부결
공매 통한 회수 전망 속 엑시트 장기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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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지스자산운용이 추진하는 서울역 인근 대형 개발 프로젝트 '이오타 서울(메트로·서울로타워)'이 공매 위기에 처한 가운데, 2000억원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보유한 KB국민은행과 KB캐피탈의 자금 회수 과정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KB증권이 리파이낸싱을 통한 대위변제를 시도했으나, 내부 투자심의위원회에서 부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주 KB증권은 '이오타 서울' 브릿지론 선순위 대출 4800억원 중 3000억원을 리파이낸싱하는 안건을 내부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에 올렸으나 최종 부결됐다. 해당 사업은 선순위 대주단이 만기 연장을 거부하면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한 상태다. 오는 10일 공매 절차가 개시될 예정인데, 이 경우 중·후순위 투자자의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이 신규 대주로 나서려 했던 배경에는 그룹 차원의 높은 익스포저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시장의 시선이다. 선순위 4800억원 가운데 KB국민은행이 약 1500억원, KB캐피탈이 약 5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 등 기존 대주단은 본PF(프로젝트파이낸싱) 전환이 어렵다고 판단해 브릿지론 연장을 거부했으나, 공매를 통한 회수 역시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KB증권이 선순위 일부 차환에 나서려 한 배경에도 계열사 차원의 대응 필요성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의 리파이낸싱 안건이 통과됐다면 은행과 캐피탈은 무사히 자금을 회수하고 빠져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KB국민은행은 물밑에서 캡스톤자산운용 등에 브릿지론 인수 의사를 타진하는 등 자금 회수를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토 과정은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KB증권은 선순위 대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논의가 진행되며 규모는 약 30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투심위 내부에서도 냉정한 평가가 내려졌다. 높은 사업 리스크와 더불어 '계열사 지원 성격이 강한 거래'라는 대내외적 시선이 부담으로 작용하며 결국 부결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이 사업의 사업성 확보가 매우 어렵다고 평가한다. 개발 원가가 평(3.3㎡)당 6000만원 수준까지 치솟으며 투자금 회수(Exit)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KB금융의 자금 회수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순위 채권은 담보를 기반으로 회수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자산 규모와 가격 부담 등을 고려할 때 공매 역시 단기간 내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이번 개발 부지의 감정가액이 1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국내 운용사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한편 이지스자산운용은 공매 절차 개시 이전까지 리파이낸싱을 통한 사업 정상화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3월 초 대명소노그룹이 최후순위 대출에 약 700억원 규모로 참여하기로 확약하며 일부 신규 자금을 확보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신규 대주단을 추가로 섭외해 사업 정상화에 사활을 걸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KB증권 측은 “서울로·메트로 부지 브릿지론 리파이낸싱을 검토했으나, 본심의를 앞두고 자산건전성 이슈와 PF 조달 불확실성 등이 제기되면서 검토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계열사 지원과는 무관하게 사업성 평가에 기반해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