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심사하느라 바쁜 유가증권 심사역들...코스피 IPO가 사라졌다
입력 2026.04.01 14:14

코스피 신규 상장 '사실상 공백'…케이뱅크 이후 예심 청구 전무
상장보다 퇴출에 무게…거래소, 실질심사 강화로 구조개편 속도
'의견거절' 속출에 퇴출 후보 확대…코스피서만 7개사 대상 포함
대기업 계열사 IPO 위축…증권사, 코스닥 중심 영업 강화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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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이 위축되고 있다. 중복상장 금지 기조로 대기업 계열사들의 상장 시도가 위축된 데다, 한국거래소도 코스피 상장을 보다 엄격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에 따라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장부는 상장심사보다 상장폐지 심사에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하고 있는 분위기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코스피에 상장한 기업은 케이뱅크가 유일하다. 현재 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 기업도 전무한 상황이다. 인적분할을 통해 사업구조를 재편 중인 ㈜한화가 재상장 심사를 받고 있는 사례를 제외하면, 유가증권 신규 상장 심사는 사실상 멈춰 있다.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상장심사 대신 상장폐지 심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상장부에서 상장심사와 함께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병행하는 구조다. 상장폐지는 형식 사유와 실질 사유로 나뉘는데, 형식 사유는 감사의견이나 재무지표 등을, 실질심사는 기업의 계속성, 경영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코스피 예심 청구 기업이 없어 상장부 인력 상당수가 상장심사 대신 상장폐지 심사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거래소는 지난 2월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상장폐지 기준 강화와 심사 절차 정비에 착수했다. 상장폐지 집중관리단을 중심으로 후속 조치가 진행 중이며, 실질심사 기능 확대와 개선기간 단축 등 부실기업 선별 작업이 한층 강화되는 흐름이다.

    실제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아이에이치큐, KH필룩스, 웰바이오텍, 국보 등이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상장폐지 심사 역시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2025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 외부감사인의 '의견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은 총 29개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이스타코, KC그린홀딩스, STX, 대호에이엘, 금양, 윌비스, 핸즈코퍼레이션 등 7개사가 코스피 퇴출 대상에 포함됐다.

    상장폐지 문턱이 높아지는 사이 코스피에 도전하려는 기업은 줄어드는 추세다. 현재로선 무신사와 구다이글로벌 정도가 상장 추진 후보로 거론된다.

    HD현대로보틱스 역시 코스피 상장 의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성사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분위기다. 물적분할로 설립된 회사라는 점에서 전형적인 중복상장 사례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LS그룹도 비상장 증손회사인 LS에식스솔루션즈의 상장을 추진했다가 중복상장 논란으로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그간 코스피 상장은 재무 안정성과 대형 시가총액을 갖춘 대기업 계열사가 주도해 왔지만, 중복상장 원칙 금지 기조가 자리 잡으면서 이 같은 공급 축 자체가 크게 위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라 하더라도 코스피 상장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전기차 충전 업체 채비는 코스닥 상장을 선택했고, 엔터테인먼트 기업 갤럭시코퍼레이션도 처음에는 코스피의 문을 두드렸지만 아직 명확한 방향성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코스피 입성이 가능한 기업 풀이 줄어들면서 증권사들의 전략도 변화하는 분위기다.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코스닥 상장 유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국이 중복상장 억제와 상장폐지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올해 코스피 상장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올해는 코스닥 중심으로 상장 영업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