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게 왔지만 우리 몫은 없었다”…현대重 EB 2.4조 딜 놓친 국내 IB ‘한숨’
입력 2026.04.01 10:38

반복된 지분 현금화 전략 속 ‘예고된 거래’ 현실화
국내 수요 한계에 3조 물량 해외로…IB 기대 무산
유통주식 부담 커지며 추가 딜 당분간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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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HD한국조선해양이 자회사 HD현대중공업 지분을 활용한 약 3조원 규모 교환사채(EB) 발행에 나서면서, 국내 투자은행(IB) 업계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 예상됐던 ‘빅딜’이 현실화됐지만, 정작 국내 하우스에는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최대 15.5억달러(약 2.4조원) 규모 EB 발행을 추진한다. 기초자산은 보유 중인 HD현대중공업 지분 약 453만여주(4.3%)로, 교환가격은 전일 종가 대비 12.5% 할증된 약 52만원으로 정해졌다. 

    이번 딜은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예견된 이벤트였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 지분율이 약 70%에 달해 지분을 활용한 자금 조달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2022년 약 1800억원(지분 1.7%) 규모 블록딜, 2024년 약 3500억원(지분 3%) 규모 블록딜, 2025년 6000억원(지분 1.9%) 규모 EB 발행 등 지분을 단계적으로 활용하며 현금화를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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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여기에 지난해 중순에는 추가 EB 발행 가능성이 업계에서 한 차례 구체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HD현대중공업 주가 상승과 지분 여력을 근거로 “연내 한 번 더 딜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회사 측이 공식적으로 선을 그으면서 실행되지는 않았다. 당시(2025년 6월) HD현대중공업 주가는 6000억원 규모 EB 발행을 공시했던 2월 대비 주가가 40% 오른 시점이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국내 IB들 사이에서는 “시기 문제일 뿐 추가 딜은 나올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예상대로 대규모 거래가 현실화됐지만, 무대는 국내가 아닌 해외였다.

    특히 NH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더 클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HD현대그룹은 자회사인 HD현대일렉트릭 EB 발행 등 자본시장을 적극 활용해온 만큼, 관련 거래 경험이 축적된 하우스와의 관계도 두터운 편이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은 HD현대일렉트릭 EB를 단독 주선하고, 지난해 HD현대중공업 EB 발행에도 참여하는 등 연속적인 딜 트랙 레코드를 쌓아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국내에서 진행됐다면 NH투자증권이 일정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딜은 해외 시장을 택했다. 주요 배경으로는 ‘물량 부담’이 꼽힌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앞선 블록딜과 EB를 통해 HD현대중공업 관련 익스포저가 이미 일정 수준 쌓여있는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2조원 이상의 대규모 물량을 추가로 소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투자자 풀이 넓은 해외 시장이 보다 적합한 선택지였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결국 대규모 자금을 빠르게 소화하려면 해외 투자자 기반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행은 조건 측면에서 투자자들에게 비교적 우호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EB의 할증률은 12.5~17.5% 수준으로, 통상 국내 EB에서 요구되는 20% 내외 대비 낮은 편이다. 다만 이는 대규모 물량 출회를 감안한 조정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후속 딜’을 주시하고 있지만, 유통주식 증가에 따른 부담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추가 거래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2025년 말 기준 HD한국조선해양의 HD현대중공업 지분율은 약 69% 수준으로, 기존 발행분과 이번 EB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약 64%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증권은 1일 지분율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룹 차원의 적정 보유 지분율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하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IB 관계자는 “이번 딜로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물량이 상당 부분 소화된 만큼, 당분간 추가 딜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대했던 대형 거래를 놓친 데다 후속 거래 가능성도 낮아지면서 업계 전반에 아쉬운 분위기가 퍼져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