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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예·적금 자금이 대거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연기금·공제회의 사모펀드(PEF) 출자 사업에도 영향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상당수 국내 기관투자가(LP)들은 출자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올해 투자 계획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출자시장이 냉각된 가운데 대기업발 거래도 줄고, 투자 매력도가 높은 딜마저 부족해지면서 PEF를 중심으로 한 M&A 시장 전반이 기대만큼 활기를 띠지 못한다는 평가다.
30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재개한 PE 출자사업을 올해 상반기에는 재개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하반기 출자를 염두에 두고 있으나, 기존 출자 누적 부담 등으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큰손’ LP인 새마을금고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배경에는 머니무브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새마을금고의 수신잔액은 260조1619억원이었으나, 11월 258조원대, 12월 256조원, 올해 1월 253조8838억원까지 감소했다. 3개월 만에 수신잔액이 약 2.4% 줄어든 셈이다.
이와 함께 신용협동조합(신협) 역시 올해 상반기 출자 계획이 잠정 중단된 것으로 파악된다. 새마을금고보다는 감소폭이 제한적이지만, 신협 등 상호금융권 전반에서도 유사한 수신 감소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의무납입금 외 자율 가입 상품 비중이 높은 공제회들도 자금 유입 둔화가 뚜렷하다. 행정공제회,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역시 출자 재원의 일부를 자율 상품 기반 자금에 의존하고 있어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LP 관계자는 “최근 회원들로부터 유입되는 자금이 크게 줄었고, 과거처럼 자연 유입만으로 운용 규모가 확대되던 시기는 지났다”며 “현재는 신규 자금 유입이 제한적이어서 출자를 늘리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제회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 활황으로 회원 자금이 상당 부분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산 배분 비중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PE나 VC 대비 주식의 상대적 매력도를 높게 보는 시각도 존재해 출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존 출자 누적 부담도 변수다. 투자금 회수(엑시트)가 지연되면서 자금이 묶여 있는 반면 신규 자금 유입은 줄어들어 유동성 관리 중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내부수익률(IRR)이 핵심 지표였다면 최근에는 현금 회수 속도를 나타내는 DPI(Distributed to Paid-In)가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출자 규모를 전면 축소하기보다는 속도 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다.
출자시장 위축은 자연스럽게 GP(운용사)들의 투자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 전반에서 딜 자체가 활발히 돌지 못하는 가운데, 대형사와 중소형사 모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 운용사들의 경우 이미 펀딩을 마친 곳들이 적지 않아 자금 소진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빅딜’로 분류될 만한 대형 거래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정 수준의 루틴 딜은 이어지고 있지만, 자금을 어디에 투입할지에 대한 고민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대기업 카브아웃이나 외부 투자유치 등 주요 거래 역시 연초 기대치에 비해 활발하지 않은 분위기다.
이렇다 보니 일정 규모 이상의 매물에는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국내 운용사들은 글로벌 PEF들도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의 밸류에이션과 거래 조건을 받아들이며 공격적으로 딜에 나서고 있다. 수천억원 규모의 세컨더리 딜에도 다수 PEF가 경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중소·중견 운용사들의 경우 블라인드펀드 조성 단계에 있는 곳들이 많아 상황이 더욱 녹록지 않다. 한정된 LP 출자금을 두고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딜을 발굴해 투자 검토를 진행하더라도, 특히 프로젝트펀드의 경우 자금 모집이 쉽지 않아 실제 결성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비교적 규모가 있는 거래조차 딜 클로징까지 난항을 겪는 분위기다.
한 글로벌 PEF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기존 PE들이 보유한 세컨더리 딜만 쌓여 있는 상황”이라며 “대기업 매각과 같은 대형 거래는 거의 없어 검토할 만한 딜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과거 검토하다 보류했던 딜들까지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국내 PEF 관계자는 “다수 LP들이 상반기 출자를 중단한 상태”라며 “기존에 진행 중이던 딜은 이어가고 있지만 신규 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펀딩을 준비하는 운용사들은 기존 LP 출자사업보다 국민성장펀드를 중심으로 대응 전략을 짜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